산행일자 :2007.01.07
산행코스 : 송추 오봉매표소 - 여성봉 - 오봉 - 송추분소
대설주의보가 내린 어제(1월 6일,토) 도로사정은 괜찮을것 같아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송추로 차를 몰아갔다
이정도의 눈이 내려 쌓이면 산 속의 설경은 얼마나 볼만할까 잔뜩 기대하고 매표소로 향한다
오전중인데 매표소로 향하는 사람보단 주차장 입구에 더 사람이 많은 것이 이상했다
코스가 짧으니 아침일찍 산행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인가 긴가민가 하면서 지나갔는데
'입산통제' 라니..
지금 산에 들어가도 쌓인 눈에 길이 안보여 위험하다는게 관리소측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실랑이를 벌여보지만 허사였다
멀리서 왔기에 이대로 돌아갈수 없다고 버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방 어디에서
왔다연 하소연들이다
그중에서 부산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훗~ 거짓말..)
안전을 위해 입산통제를 하겠다는데 무턱대고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기도
무모한 일이고 모처럼 눈같은 눈이 내리는데 그대로 돌아가자니 사뭇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다
매표소 주변에서 서성거리다 커피 한잔을 하는데 나처럼 혼자온 어느 여인이
억울하니 몰래 샛길이라도 찾아 같이 올라가자는 유혹을 한다
소심한 내가 선뜻 그러마라고는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그냥 버티고만 있었다
움직임 없이 있으려니 한기가 찾아들고 사람들도 하나둘씩 포기하고 떠나간다
결국 혼자만 남게된 나를 보더니 관리인이 오늘은 안되니 포기하라는
간곡한 당부에 가까운 충고를 한다
어쩌겠는가 돌아가는수밖에.
그리고 다음날, 마음 속에 어제 못한 산행이 아른거려 다시 찾아 나선다
역시나 멋진 설경을 기대하고...
뭐야! 무릎까지 발이 빠질거라더니 겨우 이정도의 눈에 입산통제까지 했나...
어제 눈 제법 많이 내린것 같은데 다 어디로 날아간걸까
밤새 녹았을리도 만무고 바람이 세차 날라간것도 아닐텐데 생각보단 눈이 적다
그럼 어제 '입산통제'는 오버?
사람들 지나간 흔적이 많은걸 보니 분명 어제 오후에도 산에 올랐던 사람이 있었을 거란 추측이든다
괜히 또 억울해진다
조금 더 기다려 보는건데...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바라보니 문득 백거이의 '夜雪'이란 시 한 귀절이 떠오른다
'깊은 밤 눈이 많이 내렸음을 알겠노라
이따금 부러지는 대나무 소리에'
솔가지에 무겁게 얹힌 눈에 행여 솔 가지 부러지지는 않을까...
제법 아기자기한 길에 눈 까지 더하니 예쁘다
저 봉우리 너머 여성봉이 있는 건가
여성봉 가기전 전망 바위에 올라 주위를 둘어봐도 괜찮은 풍광이다
완전히 눈으로 덮히지 못한 산자락
어제 내린 그 많은 눈들 다 어디로 ..
암릉들이 등뼈처럼 뻗어서 산줄기를 이루고 있다
<여성봉>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미끄러져 오르려는 사람마다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홀로산행이니 선뜻 오르겠단 생각이 안들어 바로 오봉으로 향한다
드디어 오봉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터널길처럼 눈 덮힌 나무들이 오솔길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호젓이 걸어가는 나, 쓸쓸하지 않다
아무리봐도 기묘한 바위, 오봉의 모습이다
점심때가 되어 사람들이 여성봉 주변에서 점심을 먹느라 오봉 가는길이
아주 한적하다
사람들로 여성봉 일대가 시끄럽게 붐비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점점 가까이 오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홀로 산행하면 합동으로 때맞춰 점심 먹는 일 없이 자유롭게 갈수 있으니
그것 하나는 편하다
계속 홀로 걷게 되는 산길이 나타나니 눈 덮힌 산중에 누워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을
보고픈 생각도 든다
<오봉>
3시간 동안 커피한잔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곤 쉬지 않고 걸었다
사패산까지 이어서 산행하면 더 좋았을텐데 송추분소로 하산했다
차를 세워두면 그런것이 부자유스럽다
원점회귀의 부담.
겨울 산행, 운동삼아 부담없이 혼자 훌쩍 다녀오긴 이정도의 산행이면
만족스럽지않은가
다시 홀로산행 병이 도졌는지 요즘 계속 혼자 다니는게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