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7.01.14
위치 :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태백시
산행코스 : 싸리재 - 은대봉 - 함백산 정상 - 만항재
새벽 4시 30분 기상
머리도 눈꺼풀도 조금은 무거운듯하지만 내 좋아 가는 산행이니
누구한테 투정도 못부린다
다른 식구들은 일요일 새벽녘이니 한창 꿈나라다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종종걸음치는 소리, 욕실에서 사부작거리는 소리에
그리 잠자리가 편하진 않으리라
5시 50분 주엽역에서 수서행 전철을 타고 양재로 향한다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나보다 7시까지 도착인데 한 10여분정도 지체.
오늘따라 버스 한대에 인원이 가득차 간다
주최측은 좋을지 몰라도 나같은 사람은 자리가 듬성듬성 남아 배낭 옆에두고
혼자 앉아 가는게 편하다
조금은 비좁은듯한 자리에 앉아 정선으로 달려간다
차안에선 거의 잠자기 바쁘다
두어번쯤 휴게소를 거쳐 강원랜드로 이름난 사북을 지난다
예전같으면 오지 탄광촌이었을 사북이 번쩍번쩍한 모텔과 음식점간판으로
신흥도시처럼 보인다
카지노는 어디서 하는걸까 지나면서 건물을 찾아보려니 잘 눈에 안띈다
나와는 무관한 세계이니 적극적으로 찾아볼일은 없지만 호기심은 다소 인다
아마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가 카지노에는 크게 관심은 없었을듯 하다
그거 할 시간이면 산을 더 찾는 사람들이었으니 그들에게도 역시 강원랜드는
관심밖의 일이다.
11시 15분 산행시작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에는 눈은 거의 볼수 없어 기대는 적었지만
상고대나 눈꽃이 전혀 없으니 황량하기 그지없는 겨울 산행이다
다행이 1000여미터 정도 차로 올라간 지점에서 산행이 시작되니
오르는데 힘은 거의 들지 않는다
유난히 함백산엔 나무들이 적다
다만 사방으로 산들이 엎드려 있는듯 차곡차곡 골을 이뤄 어디서든
시원한 조망을 할수 있다는게 좋다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고 바람이 불지않아 민둥산의 매서운 칼바람은
모면한다
싸리재를 출발한지 얼마 안가 이름도 고운 은대봉에 이른다
이름처럼 작고 아담한 표지석이 여간 눈길을 끄는것이아니다
그것도 한쪽 귀퉁이에 나즈막히 놓여있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눈엔 띄지도
않을듯 하다
함백산 정상이 가까와 오자 공기가 달라진다
오래전 쌓인 눈들을 밟을때마다 켜켜히 바람이 들어차 뽀드득뽀드득 리드미컬하게
소리를 낸다. 자꾸 발에 힘이 들어간다
바람소리도 간간이 들려오면서 산마루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비로서
겨울산행 다운 매서움을 느끼게 해준다
바로 아래서 올려다본 정상은 툭하고 솟아오른 봉우리라기 보다 고원의 평원처럼
넓게 펼쳐보인다
여느 정상처럼 바트게 올라가 숨을 헐떡일 일은 없겠다 싶다
정상에서의 풍광이 대개 그러하듯,
주변의 고봉준령들이 다 나즈막히 엎드려 치마푹을 펼쳐놓은듯 안정감있게 솟아있다
둘러보는 눈길마다 하늘아래 뫼인듯 겸손한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귀가 아리는 찬바람에 모자가 날려가 정상 표지석에서는 사진 찍기가 힘들정도다
초점이 흔들리는 가운데 결국 표지석만 겨우 찍고 만항재로 하산을 시작한다
산상의 화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항재니 봄철에 오면 들꽃들로 천지를 이룰것 같은
풍경이다.그곳에서 어디 더 이어질듯한 풍경이 있을것 같은데 그만 차에 오르려니
조금은 여운이 남는다.
눈으로 이름난 합백산에서 눈꽃하나 구경 못하고 간다는게 못내 아쉽지만
오늘 또 다른 산 풍경을 마음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산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을것이고 시절 인연따라 다시오면 될일이다.
그때가 되면 또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 겨울 함백산의 기억을 잊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