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8. 1. 23
위치 :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행코스 : 두문동재 ~ 금대봉 ~ 비단봉 ~ 바람의 언덕 ~ 매봉산 ~ 피재 (삼수령)
지난 대간길에 대한 그리움도 아니고
유난히 마음에 남은 산행길도 아니건만.
그냥 뻔한 산행길이라도
탁트인 곳을 걷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
알싸한 겨울바람 정도만 느끼고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기온은 급강하, 두문동재로 오르는 길은 입구부터 빙판길이다
차량이 두문동재까지 못올라감은 당연지사고
순식간에 입김도 얼것같은 혹독한 바람으로 마음까지 얼어붙는다
눈을 감지 않으면 눈 알갱이들이 파고 들어서
몇발자국 진행이 어려울정도로 바람이 불어온다
임도와 숲길을 번갈아 가면서
낮은 자세로
묵묵히 두문동재를 향해 올라간다
어찌나 바람이 드세고 추운지 두문동재까지 오르는데도
진이 빠진다
산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대덕산과 금대봉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우측 금대봉 쪽으로...
한동안 포근하다가 갑작스런 한파가 와서
어느정도 상고대를 예상했는데 서리꽃은 안피고
쌩쌩 바람만 불어
그나마 있던 눈까지 날려버린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 금대봉
금대봉을 지나면서는 눈밭이 더 깊어지니 발걸음이 둔해진다
눈없을땐 세상 부드러운 산길인데 힘들게 지나간다
좌측에 가야할 비단봉과 차례로 바람의 언덕, 천의봉이 보인다
수아밭령에 대한 유래가 쓰여져있다
한강 최상류 마을 창죽과 낙동강 최상류 마을인 화전을 잇는 백두대간 상의 고개이며,
옛날 화전에서 밭벼를 재배한 관계로 수화전이란 지명이 생겼다가
다시 줄여서 화전이라했고 지역민들은 '쑤아밭'이라 불렀다는 지명 유래가 있다
수아밭령(水禾田嶺)
가운데 함백산 좌우로 태백산과 은대봉
비단봉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금대봉,은대봉,함백,태백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능선이
비단처럼 펼쳐져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수아밭령에서 비단봉에 오르는 길은 순하지 않고 가파르다
좌측이 은대봉,두문동재에서 오른 금대봉과 걸어온길
금대봉 너머로는 대덕산자락이 보인다
분주령과 대덕산
고냉지 채소밭 너머로는 바람의 언덕이 있다
저곳을 걸을때는 사정없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곳이다
지나온 비단봉
몇번씩 발이 지면에서 뜰정도로 세찬 바람 속을 휘청거리면서
바람의 언덕을 향해 걸어간다
가던길을 멈출수밖에 없는 공포의 칼바람을 느낄때도 있다
산행길이 시베리아 벌판을 걷는것 같다
몇몇 발전기는 돌아가지만
이런 강한 바람에도 돌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좌로부터 은대봉, 두문동재, 금대봉, 수아밭령, 비단봉까지 이어진다
풍력발전기 뒤로 멀리 청옥산 ,고적대가 손짓하고
대간길 귀네미 마을의 또다른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눈가루를 날리며 매섭게 으르렁대던 칼바람이
아주 잠깐이라도 잦아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고개도 못들고 바람에 도망치듯 온 걸음을 잠시 멈추고
비로서 내가 기대했던 설원의 평원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육백산과 응봉산... 이쪽 능선으로는 발길이 안닿았으니
올해는 찾아가보고 싶다
이제 두타산도 뚜렷하고 그 좌측으로 짝꿍인 청옥산, 고적대도
아주 잘 보인다
천의봉 우측으로 달바위봉, 조록바위봉, 진대봉이 있는 곳도 어렴풋이 잡힌다
얼마 안가서 다시 매서운 바람이 몰아닥치고...
함백산 아래 오투 리조트 스키장, 좌측으로는 태백산 자락이 길게 이어진다
바람의 언덕에서 칼바람이 절정을 이룬듯
사방으로 소용돌이 치면서 날리는 눈조각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한다
이런 순간은 경험하기 드물것 같아 눈도 못뜬채 그냥 허공에 대고 찍어봤다
좌측으로 숨어있는 대조봉과 그 우측으로 연화산, 달바위봉 등등...
대조봉과 연화산, 뒤 좌중간으로 백병산이 들어온다
백병산에서 육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언제 저 능선을 꼭 걸어보리라
온몸으로 지나쳐온 바람의 언덕
매봉산 (천의봉)
피재(삼수령)로 하산하는 길이 오늘 바람의 최강지역이다
이제까지도 매서웠지만
이곳에선 완전 속수무책이라 세번정도 바람에 넘어지면서 내려왔다
여기서도 두타, 청옥 보이고...
특이하게 솟아오른 달바위봉을 다시 조망해보고...
날아가지 말라고 두손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
낙동정맥과 백두대간 갈림길 지나면 피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얼른 하산을 마치고
눈가루에 맞아 따가운 얼굴을 다독여야겠다
하산 종료지점에 도착하니 이제 살았나 싶은게
머리 속까지 얼얼한 기분이 든다
피재 (삼수령)
바람의 언덕과 풍력발전기가 그림같이 펼쳐진 설원은
매서운 바람만 가득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최강 한파에 칼바람까지 가세해 집중 공격을 당한 산행이라
하산하고서도 한동안 안정이 안될정도였다
겨울산행이야 추운게 당연하지만
겨울 칼바람앞에선 그야말로 아무리 좋은 산행도
어찌 해볼수가 없는것 같다
그나마 보름이상 못간 산고픈 허기만은
달랠수 있었기에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