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일자 : 2013. 2 20
어느 이름 모를 석공의 손길이 이처럼 담백하고 진지할수 있을까
능묘를 지키고 서 있는 수천의 문.무인석,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벅수와 솟대,
절집 마당에나 있음직한 석탑과 석수들...
온갖 형상의 석물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망자의 무덤앞을 지키는 사람 형상인 석상들에 유독 눈길이 머문다
수많은 석상들의 표정엔 부처도 있고 반가사유도 들어있다
지극정성으로 서서 하염없는 세월의 풍상을 견뎌냈을 충직한 돌에
석공은 어떤 생명을 불어넣은 걸까
차가운 돌에 새겨진 희노애락이 곧 석공의 마음은 아니었는지 헤아려본다
오늘 나는 이곳에서 인간 세상의 온갖 군상들을 만나며
아련한 먼 옛날 청동빛 이끼낀 기억들과 조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형경의 책 '사람풍경'이 '천개의 공감'으로 만나는 이 절묘한 인연을
그려보면서 옛돌박물관 마당을 거닐어본다
모여놓고 한꺼번에 보면 표정의 다양성이 안보이다가
하나씩 가까이 다가가면 말을 걸어올듯 표정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다가가 온기를 느끼고 싶어진다
애잔함이 깃든 수심어린 이 표정은 석공의 마음일까
망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석상의 마음일까
'빠삐코'...박수동 화백의 고인돌을 생각나게 하는 표정들이다
어느부부의 지극한 모습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전형적인 문인석답게 젊잖은 표정들..
한결같이 예를 다하는 석상들중에서 유독 삐딱하게 고개를 치켜든
이 석상의 표정은 어찌 해석해야할지...
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석물들은 석상은 물론 옛날 생활집기들도 상당수 있다
돌로 만들수 있는 것이 참으로 다양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사진을 찍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난 주로 사람풍경에만 촛점을 맞췄지만...
옛돌박물관은 찍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낼수 있는
돌들의 사연을 만날수 있다
아직 봄 꽃샘바람보다는 겨울 바람이 더 어울릴 날씨다
엣돌 박물관 마당 한 구석에 놓인 돌확에도 얼음이 풀리질 않았다
어디선가 봄이 오고 있긴 할텐데 ...
환절기의 서늘한 바람은 여전히 뺨을 아리게 한다
옛돌
그는 지금
이곳에 아니 계시옵니다
육신을 떠나 그의 영혼은
시간 속으로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혼자서 돌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곳에 아니계시오나
아주 먼 시간 속에서
그는 오늘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계십니다
삶과 사랑의 제일 확실하고 진솔한
대답으로, 표정으로
오오, 이 묵묵부답으로
이재호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