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04.23
산행코스 : 의상봉- 용혈봉-증취봉-나한봉-나월봉-청수동암문- 비봉-불광매표소
오늘 산행은 일기예보를 참고하는걸 깜박해서 우의를 준비 못했다
아침 날씨로 봐선 비가 와도 살짝 뿌릴 정도였는데 막상 산중에서
닥치고 보니 대단했다
청수동암문을 미처 못미쳐서였던가
비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등산우비는 너무 크고 2단우산 하나 달랑 넣고 나오는데
오늘은 그나마 준비를 못했다
하긴 준비했어도 어림없는 광풍이라할만큼 세찬 비바람이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장면을 보듯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나무들이 바람에 꺽어질듯 급박한 순간에서
이미 우리의 모습은 조난상태를 방불케했다
이순간에 영화 찍으면 리얼리티를 더하겠다란 상상을 찰나에 하면서
듬직한 소나무 뒤로 몸을 지탱했다
그 나무라도 잡지 않으면 광풍에 내몸이 공중에 뜰 것같은 긴장과 스릴이
느껴졌다
산중에서 처음으로 이런 비바람을 만났다
우박이 떨어지고 한쪽에선 작은 돌들이 구르고 한치앞의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사위는 어둠이 깔려 시간의 가늠도 할수 없는 검은 안개만 축축하게
모든것들을 휘감고 있었다
무서운반면 그 순간을 즐기고픈 마음도 함께 들었다
아마도 혼자가 아닌 여러명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어 내가 위험해 질일은
없을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을거다
그나마 우의도 없었으니 내몸은 그야말로 빗물이 줄줄 흐르면서
산행을 한셈이다
수술한지 한달도 안됐는데 이렇게 비바람 맞고 다녀도 되는건지
걱정도 들지만 일단 날씨가 춥지 않으니 몸이 다 젖었어도
한기는 못느꼈다
다만 속옷이 젖어 불편을 겪은 정도였다
하산길엔 안개가 걷히면서 더할수 없는 맑고 깨끗한 북한산의 풍경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눈이 시릴정도로 투명한 연두빛 나무들이 빗방울을 굴리며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질풍노도의 끝은 고요와 평화,푸른숲의 청정함을 보여주었다
황사를 뒤집어쓴 나무들이 일제히 제몸을 씻고 나오니 맑음이 비하데 없고
하산길이 아쉬울만큼 산이 우릴 붙잡는것만 같았다
쾌청한날이든 비바람 몰아치는 궂은 날이든 산은 한번도 나에게
실망을 던져주지 않았다
기력이 남아있는한 내가 진정으로 찾아가 쉴곳은 산이란 생각을 또 다시 해본다
하산길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눈까지 맑게 해줄듯한 풍경들이 우릴 행복하게 한다
강아지 바위가 아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런낸다
비를 맞아가면서도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