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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산과 여행/서울·경기

by 여정(旅程) 2006. 5. 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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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04.30

 

 

산행코스 :

 

 

雲 岳 山 에 오르기도 전, 짙은 운무로 봉우리 끝만 보일듯 말듯 뽀족한 봉우리들이

숨바꼭질을 하는듯 했다

이름값을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나름대로의 신비감이있어 실망은 안되었다

산이름에 岳이 붙었으니 그냥 평탄하게 갈만한 산은 아니란걸 염두에 두고

전날 워밍엎까지 마쳤다

 

수술한 후로는 몸이 건강할 때 불필요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것저것 해보게 된다

혹시라도 산행 동행자들에게 피해나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스스로가 한계를 느끼는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되는일이 사람살아가는 일인가보다

한걱정 지나면 또다른 걱정이 나오고

완전한 만족을 추구하는것도 아닌데 턱없이 부족함을 자주 느낀다

 

이제 산에 오르기 시작했으니 또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고 암릉이며

능선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나.

잡념이 없어져서 산에 오른다는 생각보단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것이 내가 산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주사까지 다다르니

장정 한사람이 뽕잎으로 국물을 낸  국수를 점심 공양으로 준비중이다

군내나는 묵은 김치에 김가루 조금 뿌린 조촐한 국수인데도

산중에서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맛나기만하다

스무명이 넘게 무료로 얻어먹자니 퍼주는 사람의 눈치가 보인다

어쩌면 그냥 얻어먹는사람의 마음일테지만 얼른 법당에 가서

만원 한장을 시주함에 넣고 나왔다

 

雲岳寺를 배경으로 저멀리 바라보는 바위가 인상적이다

운무에 몸을 드러냈다 감췄다하지만 그래서 더 신비하게 보인다

사진을 보니 어느 누구의 사진에도 그 광경이 안찍힌것 같다

운무사이로 가끔씩 드러나는 암릉의 모습이 여느 산같지 않게 기묘하다

수십길 낭떠러지에 서서 어디를 봐도 온통 운무에 쌓여

운악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산행은 보이지 않는 산을 더듬어 찾아가는 여정 같다

한고개 넘으면 보일듯해서 다다르면 더 짙은 운무에 내가 묻혀버린다

 

서늘한 냉기가 계속되어도 가슴에 파고드는 봄바람은 여전히

내게 다정하다

온 산 진달래 스치고 운무에 휘감겨 불어오는 바람의 기운이 느껴져

자꾸만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게 된다

잡을수 없고 머물수 없는 것들을 가슴에 와락 끌어안고 발 아래

깊고깊은 운무 속에 나를 띄워 보낸다

 

산행하면서 밧줄을 잡아야하고 난간에 서서 어디 발을 디뎌야 할까

망설이게 되는 몇곳이 있었지만 크게 위험을 느끼진 않았다

워밍엎이 필요할만큼 험한 산이 아니란 얘기다

5시간정도의 산행인데 오르고 내리고 암릉구간이 많아 워킹의

지루함이 없었다

하산길 점점 구름이 걷히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산의 모습이

또 아쉬움을 갖게 한다

산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으니 다시 가면 될것을 시간과 자유가

제한된 사람에겐 항상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사전에 산등성의 블로그에서 사진들을 감상하고는 갔지만

본것과 비교해볼 기회가 없었으니 다시 가서 사진을 봐야겠다

구비구비 넘었던 바위고개를 연상하며 사진을 보면 모르고 보던

때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을것이다

 

무탈하게 산행 마치길 바란만큼 오늘 산행도 무리없이 진행되서

다행이다

누구에게도 짐이 됨이 없이 내가 즐길만큼의 산행을 즐겼으니

운악산의 절경을 속속들이 못본 아쉬움은 다음 산행을 기약하면서

접어야겠다

 

아쉬운점 하나 더,

4월 30일 운악산 진달래는 아직 만개하지 못한채 암릉들 속에서 자취만

남기고 있다

잎이 없는걸 보니 아직 꽃이 피지 않은게 분명한데 이쪽보다

개화 시기가 많이 차이 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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