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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후 첫 산행

산과 여행/서울·경기

by 여정(旅程) 2006. 4.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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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만에 다시 북한산을 찾았다

북한산은 내게 산행 첫발을 내딛게 한곳이고  서너해 동안 주말이면

늘 한결 같은 설레임으로 찾아가던 쉼터 같은 곳이다

겨우 화장실 정도만 드나들만큼 건강이 안좋은 상황에서도

마음은 산행에 대한 목마름이었으니 한달은 내게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정말 문밖 출입만 할 기력정도면 무작정 나설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어찌 그렇게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지 야속하기만 했다

이제 수술 회복기에 들고 몸에 매달았던 체액통도 없애고 나니

날개 한쪽은 생긴듯 했다

 

산에 빨리 갈 욕심으로 아무것도 나오는게 없으니 그만 없애도

될까 싶어 의사의 지시 없이

고무관을 혼자 가위로 싹뚝 잘라 버렸다

그리고 반쯤은 홀가분한 마음에 나를 불편하게 했던 마지막 붕대를

풀러 병원을 갔다

진찰을 하는순간 의사와 간호사가 너무 깜짝 놀란다

서로 얼굴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나니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내가 큰일을 저질렀구나하는.

마지막 붕대를 풀러 간건데 잘려진 호스로 균이 조금 들어갔던 모양이다

균이 침입하는걸 막기 위해서 끝까지 잘 달아두었어야 할건데

막무가내로 자르고 갔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다행히 자르고 하루만에 병원을 가서 큰 낭패는 없었지만

붕대를 새롭게 한 이틀 더 감고 있어야했다

 

<노루귀>

 

 

할수없이 붕대를 몸에 감고 산행을 가기로 했다

이미 작정했으니 마음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 산행할때 땀이 많이 날텐데 그럼 또 의사한테

뭔말을 들으려나 조금은 걱정도 됐다

수술상처에 습기가 안차게 하라고 당부했는데 분명 정반대의 일을

행하고 있으니 ...

설마 싫은 소리 한번 듣는 걸로 끝나겠지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완전 회복이 덜 된상태에 산행하는거라 가벼운 산책정도만 하려했는데

걷다보니 할만해서 산책수준은 넘긴것 같다

혼자만 갈까 둘이 갈까 이정도만 생각하다 결국 6명이 함께 가는산행이 돼버렸다

예전에 혼자 천천히 명상하며 걷던 코스라 딱히 어느 코스라고 설명도

안되지만 사람들이 함께 가길 청했다

 

주중 산행은 처음이고 막연히 사람들이 적으리란 생각대로

산은 조용했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전혀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일요일마다 그렇게 치열하게 바위에 오르고, 걷고, 줄에 매달리고하던

산행과는 성격이 달랐지만 지금의 내상태로는 이정도의 완만한 산행이

편안했다

동행한 산벗들과 천천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점심을 나누니  마음  또한 흐뭇했다

 

<처녀치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것인가

이렇게 움직일수 있는 것도 건강을 잃기전에는 누구나

할수 있는 평범한 일이었는데...

이젠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어 행할수 있는 모든것들이 그 나름대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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