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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산과 여행/경상도

by 여정(旅程) 2006. 10. 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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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10.28 -29(무박 산행)

 

참가자 : 등불,산길님외 ~메아리팀 조인 산행

 

위치 : 경상남,북도,울산을 경계로 울주,경주,청도,밀양,양산 5개군에 걸쳐있음 (266평방킬로미터)

 

산행코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제-신불산-영축산-통도사 (10시간)

 

새벽 05시 산행 시작

 

컴컴한 어둠 속에서 어디에 무슨길이 나있는지 둘러볼 겨를도 없이

누군가 선등인의 발자욱 따라 잡목 숲길로 접어든다

마지막 거쳤던 휴게소에서 세수는 커녕 양치마저 거른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부서부석하고 깔깔한 입맛으로 물한모금 마실사이 없이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그저 아직은 새벽이라기보다 깜깜한 밤이다

희미한 잔월의 빛마저도 비치지 않는 검은 숲 속을 마치 전투 행보로 가는듯하다

해드랜턴의 불빛들이 길을 터주면 숨었던 길이 비로서 나타나 전진을 확인시켜준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새벽의 여명은 더디게 오고 있다

6시에도 아직 해는 올라오지 않는다

저멀리 내려다보이는 언양시내의 불빛이 여전히 어둠 속에서 빛난다

배내봉에 오르기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사위의 아름다움은

착석하기전 이미 시작된 영화의 전반처럼 놓쳐버린 장면이 되버린다

 

영남 7산을 무리지어 '영남 알프스'라 이름 붙인데는 나름대로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일천미터 이상의 해발 높이에도 그리 어려울것 없었던 오름은

시작부터 높이 올라온 지점에서 산행이 이뤄진 때문이다 

'알프스'란 이름이 주는 느낌은 험난한 준령이라기보단 고원의 평원을

연상시키기에 그 이름의 안온함을 찾게된다

영남 7산이라했다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고헌산(1,032m), 재약산(1,189m), 간월산(1,083m),

신불산(1,208m), 영축산(1,059m).

이중에서 우리가 거쳐갈 산은 간월산, 신불산,영축산이다

 

온전한 아침이 밝아오면서

우리 눈 앞엔 서서히 억새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광경이 펼쳐질것 같은 예감이다

긴 대열로 이어지던 행렬이 조금씩 간격이 벌어진다

억새 풍경을 배경 삼아 셔터 한번씩 누를때마다 거리가 늘어지곤 한다

잘못 들어설 길도 없을만큼 길이 단조롭고 선명하다

무심코 주변에 곁눈을 팔면서도 이내 제길로 따라갈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험준한 길이 아니라 그런지

가면서 쉼을 거의 갖지 않고 앞으로만 내처 걷는다

선두와 후미가 크게 구분됨이 없어 속보로 걸을 만큼 뒤쳐지진 않는다

어디를 가든 조망은 탁 트여 감춤이 없이 펼쳐진다

사람 마음을 궁금케 할 숨은 계곡이란게 없어보인다

평원의 넉넉함과 자유가 마음을 한없이 풀어놓게한다

거대한 평원에 흩어져있는 사람들 자체가 여유이자 낭만이다

 

지상의 억새 천국은 간월산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알프스의

풍경으로 접어든다

지평선까지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들의 하늘거림이 눈부시다

화려한 빛깔로 자태를 뽐내지 않고도 이리 수수한 풍경만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이 될수 있다는게 감탄스럽다

여릿한 흔들림으로 서서 북풍의 거친 바람까지도 이겨낼것만 같은

외유내강이 엿보인다

 

마음까지 멀듯한 억새의 아름다움을 만찍하는데도 왜 마음은 자꾸 비워만 지는지..

'그대가 곁에 있어도 여전히 그대가 그립다'란 말은 어쩌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저 잠시 스치가는 억새밭이 아니었다

산행내내 무려 대여섯시간 이상을 억새와 눈길을 주고 받으며

걸어간것 같다

오랜 시간을 지칠만큼 걸어가면서도 마음은 하늘을 나는 새였으니

임계점에 다다른 내 체력은 이미 나의 의지를 넘어선다

 

영남 알프스의 풍경은 억새뿐이 아니다

영축산에 오르기전

산자락 좌측으로 눈을 돌린 일행들이 하나같이 탄성을 지른다

과연 억새의 아름다움에 취한 등산객들을 또다른 풍경으로 놀라게했을

비경이란게 무엇인가

'신불릿지' 또는 신불공룡이라 부르는 기암괴봉의 절경이다

비스듬한 산자락에 돌꽃이 피어난것 처럼 층을 이뤄 도열한 그 모습이

보는이들의 안복을 더해준다

가도가도 억새천지뿐일듯한 평원에 어디선가 신선이라도 나타날듯한

기묘한 바위들이 솟아나있으니 그곳은 가히 선경에 비견할만하다

"하늘 아래 저런곳도 있을수 있구나"

저멀리보이는 신불평전을 바라보며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은

여기저기 비경 아닌데가 없고 무한광대하게 엎드려있는 산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영축산을 기점으로 하산길에 오른다

이제 가슴을 녹이는 절경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시살등'과 '통도사 비로암' 이란 갈림길에서 어느길로 하산할지 설왕설래

잠시 주춤한다

통도사쪽을 택한 일행에겐 한 시간정도의 너덜길이 그리 반갑지 않다

우리가 비로서 산행중이란 사실을 여기서 실감한다

너덜길이란게 원래 걷기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사고의 위험이

높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무사히는 내려왔지만 비로서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느껴질만큼

피곤함이 몰려온다

게다가 통도사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하산길은  덕유산 백련사에서

삼공리 주차장까지의 그 끝도 없는 하산길을 연상시킨다

그보다 더 길고 지루하게 걷고걸어 하산을 마친다

오늘 보았던 모든 풍경들이 고단함에 가려 귀가길 차안에서는

누구도 즐겁지 않은 표정들이다

장장 10시간을 걸었다

그중에서 산자락을 다 내려와 걸은 길만 6-7킬로정도 되나보다

 

쉽게 가보지 못할 산행을 했다

차안에서만 왕복 12시간, 산행시간이 10시간이다

내 건강상태로는 조금만 몸을 사렸어도 선뜻 나서보지 못할 산행이기도 했다

무리한 강행이었지만 티끌만큼도 떠남이 후회되지 않을 산행이다

대상은 막연하지만 모든것들에 감사하고 싶다

자연과 더불어 무언의 교감이 주는 내밀한 속삭임과 

길떠난 자의 풍류를 또하나 더했으니

나의 산행 중독은 이제 지칠수 없는 희망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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