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4. 12. 7
위치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산행코스 : 송정마을 ~ 소삼각점(552.4m) ~ 습지 ~ 헬기장 ~ 봉애산 갈림길 ~ 왕시루봉 ~ 봉애산 갈림길 ~ 통천문 ~ 봉애산 ~ 안한수내마을
우연찮게 금년겨울엔 지리산의 주능선은 벗어난 그 인근의 산자락들을 찾아다니게된다
삼봉산, 삼정산에 이어 이번엔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왕시루봉 능선을 찾는다
지리산 종주하면서 여러번 시야에서 아른거렸던 모습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더니 드디어 원풀이하는 날이다
며칠전부터 전라도 지역의 폭설 소식에 혹시나 무산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던것이
막상 버스에서 내려보니 이쪽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한수교를 지나 송정마을 입구로 조금 더 들어온 지점인듯 아무런 안내판도 산악회 리본도 없는 도로변에서
산대장의 리딩에 따라 시멘트 임도를 들머리 삼아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 하차지점에서 민가가 모여있는 곳으로 더 진행해도 또 다른 들머리가 있다(나중에 의승재에서 합류)
시멘트길을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일찌감치 성제봉능선이 조망된다
가까이 당겨보니 성제봉과 신선대가 뚜렷하다
백운산 능선을 가로막은 이쪽은 남도대교에서 오르는 하천산~밥봉 능선인듯한데 고도가 낮은데서 올려다보니
상당히 높아보인다
오름길 맞은편으로는 봉애산 능선이 하산길 여정을 보여주고...
능선에 진입하기전 짧은 오름길에도 시야에 들어오는 조망들은 호기심을 일게한다
언제적 쑥부쟁이가 아직인지..
이 추운 계절에도 여전히 이쁘게 살아남았다
저 컨테이너박스를 지나 한차례 꺽어지고나서야 능선 진입이 시작된다
역시나 아무런 표시가 없고 밤송이가 바닥에 지천인 낙엽진길을 치올라가는데
오지의 산길이 주는 첫인상은 까칠하기 그지없다
점점 고도를 높여가는 걸음은 숨이 차오르는데
다소곳이 흘러가는 섬진강은 유유자적이다
섬진강의 이름은 원래 모래내,또는 다사강,두치강으로 불리다가 고려말 우왕때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고 하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나루진(津)자를 써서 섬진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한다
일반화된 지정등로가 아닌탓인지
선답자들의 족적은 보이나 길은 불편하고 곳곳에서 가시에 옷이 걸리거나 뺨을 태리는 나뭇가지들로
애를 먹인다
어느정도 치고 오른후 나타나는 석축은 성터자리도 아닌듯하고
방화선 목적으로 쌓아놓은 돌이라고보기도 허술한데
가는길에 불편을 더해준다
산불이 났던 지역인지 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불타버린 나뭇가지 너머로 계족산이 보인다
소나무가 많을수록 불탄 흔적이 더 황량해보인다
반면에 불이 났던 숲에선 고사리가 잘 자란다더니 고사리 군락지가 지천이고
바닥에선 소나무 어린 새순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동안 척박한 등로를 통과하고 비로소 등로다운 길이 시작되니
쉼터같은 안부에 닿는다
산행을 시작한 들머리에서 더 진행해가면 나왔을 또 다른 들머리는 길이 순했으리라 짐작되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그길로 올라왔더라면 둘레길이었으니 초반 고생은 없었을텐데....
의승재는 송정마을과 오미마을을 오가는 고개이다
산불이 크게 났던듯 아직도 이어지는 산불의 흔적을 본다
소삼각점(552.4m)
소삼각점을 지나 771봉 바위전망대까지는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이 없이 가야할 왕시루봉 능선정도만
보여준다
앞서 등로상에 무명묘 한기를 보았지만 봉분이 거의 허물어져가는 상태였고
이번엔 비석이 세워진 파평윤씨 묘를 지나간다
사진상의 바위를 좌측에 두고 지나면 바로 771봉에 이른다
771봉은 등로를 조금 빗겨나 있어 일행들 대부분은 그냥 지나쳐 가는데
과연 그곳에서의 조망은 놓치기 아까운 것들이다
아마도 산행내내 볼수 있는 조망은 이 곳에서 거의 다보였던것 같다
섬진강 자락으로 맥을 내려놓는 겹쳐진 능선들의 연결라인을 이어보고
그 라인 속에 숨어든 골짜기들을 짚어보는 시간들...
그런 즐거움이 있어 조망을 포기할수가 없다
시계방향으로 눈을 돌려가며 충분한 조망시간을 가져본다
길게 이어지는 지리산의 남부능선에
저 하얗게 보이는 곳은 촛대봉이라고 우겼는데 크롭해보니 천왕봉과 겹쳐있네...
이어서 남부능선의 끝자락 성제봉과 가야할 봉애산, 그리고 하산할 안한수내마을 까지...
악양 ,하동쪽에서 광양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백운산 능선이 수려하고
멀리 금오산까지 가슴을 뛰게한다
산행초반에 높게 보았던 하천산 ~밥봉 능선은 백운산 아래에선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원없이 조망을 즐기고 771봉을 지나니
점점 왕시루봉 능선은 다가오고....
습지임이 짐작되는 곳에 다다른다
지도상의 습지는 눈에 덮혀있어 가늘게 흐르는 물줄기만 확인된다
900고지가 넘는 지점에 습지가 있는것도 신기하다
습지를 지나면 다시 완만한 오름길, 자연재해를 입은 나무들이 무참히도 쓰러져있다
서로 얽힌 나무들을 뚫고 나오니 왕시루봉 표시석이 세워진 헬기장이다
원래 왕시루봉은 한참 뒤에 있건만 무슨 의미를 부여해 이곳에 세워둔것인지 모를일이다
여기까지는 출입이 허용된 곳이다
넓은 헬기장에 서니 근경은 물론 원경까지도 헤아려볼수 있을 정도의 시야가 확보된다
호남지역의 산을 산행할때 익숙하게 보아왔던 산 세개를 어렴풋하게 짚어보면서
카메라 렌즈보다는 눈이 보배임을 실감한다
하늘빛 좋고...
선교원 갈림길은 왕소나무가 표식이 되어주지만 사정상? 이곳으로 가지 못하고
갈림길을 그냥 통과한다
사실 곰출현 주의라는 안내글을 보앗지만 공단 직원 출현이 더 무서운 지역이다
왕시루봉 선답자의 산기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선교원 건물사진인데
공단직원이 있다하니 왕시루봉으로 조용조용 걸음을 옮긴다
1900년대 선교사들의 포교활동 중 가족들이 풍토병에 사상자가 발생하자 요양목적으로
지은것으로 원래는 노고단에 건물을 지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되자 1962년에 휴튼선교사에 의해 이곳에 건립하여 현재까지 남아있다
기독교 단체에선 문화재 등록 추진을 노력중이나생태보호차원에서 도청과 공단측의 반대가 있어 철거 논란도
일고 있는 상태이다
비탐구간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문화재 등록이 된들 무슨 명분이 있으며,
해제가 되어 일반인에게 출입이 허용된다면 반달곰보호 문제는 어찌 풀어갈지...
왕시루봉 주변은 반달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출입금지구역이다
선교원 갈림길
선교원 갈림길을 지나고 왕시루봉 정상부로 가는 등로상엔 섬진강을 볼수 있는 조망처가 두세군데 나온다
언제부터 여기서 보는 섬진강을 '왕의강'이라 불러왔는지 알길 없지만
섬진강은 그저 소박한 서민들의 고향의 강이자 서정이 서린 강이라는것은 분명한일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 여기서 보는 저 강줄기는 잠시나마 내 감성을 따라 흘러가는 먼 그리움의 강 일뿐이다
남도대교 아래 화개장터가 얼마전 불이 났다는데....
그간 잘 보이지 않던 눈이 왕시루봉 능선길엔 쌓여있다
봉애산 갈림길을 지나 왕시루봉 정상을 찍고 다시 돌아나와 봉애산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코앞의 왕시루봉 정상을 앞에두고 다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오래 머물며 지리산을 탐한다
봉애산 갈림길에서 아주짧은 거리에 있는 왕시루봉인데도 조망이 쉴새없이 터지니
조망을 보는 사람들에겐 왕시루봉은 정상을 밟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산중의 산이라고 자랑하는듯 뫼산(山)자를 그리며 가운데 솟아오른 천왕봉,
설경으로보니 좌우의 봉우리 또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주변산자락에 올라 일부러 조망을 하려 애써도 번번히 실패하더니 오늘 제대로 진경을 보여준다
들뜬마음으로 세삼신봉을 거치며 쌍계사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마루금은 그런 호들갑을 잠재운
평온한 모습으로 서있다
삼신봉 능선을 조금 당겨서 쇠통바위의 자취도 가져와본다
몇해전 연두가 초록으로 가는 계절, 유난히 송화가루가 날리던 날이었다
악양벌판을 굽어보며 철쭉길을 거닐던 아름다운 산행의 추억,
그곳에서도 왕시루봉 능선이 당연히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만해도 간신히 40대를 턱걸이하면서 아직 40대라고 우겨볼수도 있었는데..ㅋ
각별한 추억을 간직한 성제봉이기에 지난 산기 속에서나마 시간을 되돌려본다
성제봉 산행(2010년)
http://blog.daum.net/7daffodils61/15946976
http://blog.daum.net/7daffodils61/15946977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던가
낮은대로 흘러가는 강줄기를 넘지 못하고 물길을 터주며 솟아오른 자연의 질서 속에
우리의 산하는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강산으로 보전되고 있다
자리를 이동하니
이젠 그간 안보이던 조망까지 두루두루 마치 지리능선의 완결판을 왕시루봉능선에서 다 섭렵하는것 같다
충분히 조망을 즐기고 짧은 산죽길을 지나간다
그렇게 갈망해왔던 왕시루봉은 정상에 다다르자 아무런 표식도 없고 고도계가 확인시켜줌으로써
이곳이 정상임을 인증한다
선답자의 산기에서는 몇번 왕시루봉 표시판이 바뀌면서 작년까지만해도 존재해있있는데
현재는 흔적조차없다
조망도 역시 없는 왕시루봉이기에 짧은 정상인증으로 되돌아 나간다
멀리서 조망할땐 그리도 눈길을 끌던 모습이었는데 작정하고 찾아드니
짝사랑으로 그친꼴이다
왕의 강을 굽어보며 왕시루봉의 자태를 유지하던 근엄함은 오간데없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왕의강이란 이름보다는 유유자적 우리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변함없이 흘러가는
섬진강이란 이름이 더 어울린다
왕시루봉(1242m)
다시 돌아나온 봉애산 갈림길
이후 봉애산 가는길는 밧줄하나 없는 거칠고 위험스런 암릉길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젠 필수
지도상의 요새바위인것 같다
뒤로는 낭떠러지....
급경사에 울퉁불퉁한 암릉길에 눈까지 가세한 등로는
수시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자바위 전망대에서서 이번엔 파노라마로 찍어본다
(클릭확대)
지나온 사자바위 전망대
보고 또보고..언제 또 이광경을 볼수 있으랴
실컷즐겨본 조망이지만 그래도 아쉬워 반야봉에서 촛대봉까지 다시 본다
앞선 요새바위와 비슷한 또하나의 문바위....그냥 패스
아래는 낭떠러지 좁은길도 통과하는 쉽지 않은 길이다
가야할 봉애산 정상부에 산불감시탑 건물이 보이던데 카메라에는 안잡혀있다
산행내내 바라다보이던 저 섬진강도 봉애산을 끝으로 보기어려운 풍경이겟지...
지도상에 나온 통천문은 안으로 들어갈수가 있다
앞에 노각나무가 있어 지점을 쉽게 구분하게된다
배낭을 벗고 사람하나 겨우 통과할만한 공간이다
통천문안에서 바라보는 삼신봉과 황장산 능선
동물 형상인듯한 석상이 통천문의 수문장 같다
통천문안에서 입구쪽으로 보이는 기암
오늘 선교원을 들르지 못해 노고단방향의 조망이 어려웠는데
깔끔하진 않지만 그나마 일별은 하게된다
긴장하며 조심스런 발걸음을 이어왔는데 이제 봉애산이 가까워지면서 길도 순해진다
조릿대구간 통과..
순탄치 않았던 지나온 길을 뒤로하니 해가 질 무렵이다
다행히 봉애산도 지척에 보이고 걸음에 가속도가 붙는듯하다
봉애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부엔 멀리서 끝만 보이던 산불갑시탑과 무덤 한기가 있다
조금만 빨리 도착했어도 더 붉은 노을을 봤겠지만 잔광만 남은 일몰빛도
아련한 핑크빛이 도는게 이쁜 감성빛깔이다
봉애산 정상에서도 반야와 불무장등 토끼봉과 명선봉 형제봉이 따라와 준다
이쪽은 황장산과 지리의 남부능선이...
지나온 왕시루봉은 여기서 봐야 그나마 제모습이 보이는것 같다
오늘 내 눈을 즐겁게 해준
저물녘의 섬진강에 아낌없는 고마움을 실어보내며 고별을 하고....
얼마남지 않은 봉애능선의 끝자락까진 다 내려가지 않고 안한수내로 내려갈 지점을 짚어본다
어둡기전에 발걸음을 더욱 서둘러야지...
진행방향에서 우측으로 안한수내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표지가 달려있어
그걸 따른다
산중의 밤은 더 빨리 오니 주변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길은 다보인다
안한수내 마을 뒤로 산행을 시작해 올랐던 능선도 보인다
산길에서 다 내려와서는 민가사이를 가로질러 나오니 내한교부근
하산 완료싯점에서 송정여성경로당 건물도 훗날 표식이 될까 싶어 사진으로 남겨본다
어둠과 함께 산행종료!!
왕시루봉 와 보니 별것 아니었다 ??
하지만 그것은 정상의 모습일뿐 그곳에 이르는 길은 수많은 보배로운 조망을 선사해줬다
여러 조건이 잘 맞아줘야 갈수 있는 왕시루봉이기에
오늘 누렸던 조망 호사가 내겐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것 같다
마음에 남을 산행 추억거리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오래 마음에 둔 미답지를 와봤다는 성취감에
감탄했던 곳곳의 조망들이 가세하니
참으로 귀한 산행을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하루의 시간은 내내 여운으로 사라지지않다 다시 사진을 정리하면서
마음으로 또 그길을 따라 걷는 느낌이다
산기를 쓰는 내내 행복한 시간을 다시 갖게 되니 이 또한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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