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 10. 22
위치 :충북 영동군 산촌면,전북 무주군 설천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
민주지산(1241m) ,석기봉 (1200m). 삼도봉 (1177m)
산행코스 : 주차장 - 전나무숲 - 쪽새골 - 민주지산 정상 - 석기봉 - 삼도봉 - 안부 - 전나무숲 - 주차장
(7시간)
민주지산 (岷周之山) : 산이름민/두루주
주변에 이웃한 봉우리들을 두루 볼수 있어 붙여진 산이름이라니
이름대로라면 정상에서 삼도봉을 비롯 석기봉,각호산등의 연봉들을
봤어야했는데...
오후내내 비와 안개속에서 산세는 간데없고 낙엽 떨어진 숲길로만
터벅터벅 걸어간다
낙엽비를 맞으며 걷는 그길은 가본 사람이 아니면 느껴보지 못할
늦가을의 한 풍경이다
"아득한 아름다움이란게 이런것이구나" 기억과 망각사이에서
미처 떠오르지못한 상념들만이 조용히 내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출발시엔 그런대로 하늘에 구름도 없고 비가와도 하산을 마칠 무렵이나
적어도 점심시간 이후에 오리란 기대로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에서부터 보이는 '황룡사 '표시판이 그럴싸한 사찰이라도
있을법한 느낌이 든다
"물한계곡"이란 석문도 그렇고 큼직큼직하게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들을
일별하고 지나니 곧바로 민주지산 숲길 진입로가 시작이다
황룡사는 기대와는 다르게 양옥집 건물에 가려 단청이나 풍경조차
헤아려보기 어렵게 숨어있다
가는길에 슬몃 빠져 사진이라도 찍고 오려다 발길이 내키지 않아
일별하고 지나간다
산에 가면 늘 이렇게 즐거운 마음이 된다
40명이상 많은 인원이 산행을 시작한다
저마다 마음 속엔 무슨 생각들을 하고 걸어갈까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태가 아름답다
경사도 별로 없는 편안한 길을 크게 속도내지않고 느긋하게 소요하듯 걷는다
누군가 완상 (玩賞)의 의미로 산을 찾는다는 말이 비로서 마음에 와닿는다
이곳에서 조금 쉼을 가져도 좋으련만 산행시작 얼마 안돼선지 그대로
지나쳐버린다
좋은 사람들과 앉아서 정담이라도 나누고 싶은 숲속의 빈의자...
두고오기 아쉬워 가던길 다시 돌려 카메라에 담는다
계곡수 보호 차원에서 세워든 철책이 풍경과 부조화를 이루는 가운데도
단풍길로 걸어가는 마음은 사뭇 흥분되는 즐거움이다
늦가을 숲속엔 계절의 향기가 느껴진다
마른잎에서 나는 단풍의 향내를 맡으며 저 길로 걸어간 사람들은
가슴 가득 추일서정을 담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잣나무? 전나무? 어느표현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잣나무같진 않은데 코스엔 그렇게 표기되어있다
오대산 상원사 전나무숲길이 생각나는 그런 길이다
오랜만에 셋이서 화사하게 웃는 모습들..무엇보다 아우의 저 환한 웃음이
그녀의 마음까지도 곱게곱게 물들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 숲길이 내 생애 몇번을 오고갈지 내딛는 걸음마다
내면의 생각들이 깊어진다
민주지산 정상을 오르기전 나무계단길이다
예까지 오기까지 한시간 정도는 조금 힘들게 비탈진길을 올라야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오르자 궂은 날씨는 더욱 매섭게 변해 겨울같은 한기가 느껴진다
손이 시려울 정도로 찬바람이 불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 순식간에
주변이 안개로 덮혀진다
주변을 오래 돌아보지못할 정도로 기상이 악화된다
산봉우리들의 실루엣만 희미하게 명멸한다
점심을 어찌 해치웠는지 30분정도나 걸렸을려나..
쪼그리거나 서서 빗물섞인 찬밥을 먹으니 소화가 될리 없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그리 반가울수 없다
약수도 말라버렸고 그나마 조금 고여있는 물은 낙엽이 내려앉아 한모금
맛보지도 못했다
석기봉
바람은 사람을 휘청거리게할만큼 드세게 불어온다
일행들이 잠시 흩어져 길을 잃는다
視界는 2미터 내외, 단체로 잠시 고립된 동안 불안감 대신
장난스런마음이 생긴다
사람을 부르는 소리조차 농담처럼 외쳐댄다
석기봉에서 보이는 주변 풍광, 안개에 가려 이리저리 산들이 떠다닌다
충청북도,경상북도,전라북도 3도인이 모여 세운 화합의 탑이라한다
맨위에 얹혀진 球의 모습은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의미일까
아주 맑은날은 저 멀리로 지리산까지 보인다는 삼도봉이다
비와 안개에 가려 더이상 조망할것 없는 일행들은 그곳에서
어린얘들 처럼 탑주변만 돌며 사진찍기에 바쁘다
거북상은 수난(?)을 당했지만 사람들은 마냥 장난이 즐겁다
늦가을비 내려 황막한 삼도봉에 사람들 인기척 널리 퍼져나가니
그 또한 풍경이다
우리는 하산하는 내내 온 산의 낙엽을 원없이 다 밟고 내려온것 같다
삼삼오오 무슨 이야기들 그리 많은지 이런 길을 거닐면서
주고받았을 이야기들은 모두가 다 아름다운 얘길 거란 생각을 해본다
오랜 가뭄끝에 해갈의 단비가 내렸다
산행하는 오늘만은 내리지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단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안될말이니 비님이 잘오신거다
우중산행 그 나름대로의 재미와 스릴도 있는 또한번의 가을산행을
무탈하게 마쳤다
귀가길 차안에서의 피곤함만 없었다면 썩 좋은 산행을 한거다
사계절 어느때 가도 민주지산은 반가울것 같은 산으로 기억된다
오르막 내리막 그만하면 순한 길이다
그길따라 빗속에서 낙엽들이 하냥없이 떨어져 쌓이는 풍경을 본 사람은
오래도록 그 가을의 서정을 잊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