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가을 걷이가 끝난 허허 들판에 서서 홀로 저물녘의 지평선을 바라본적이
있는 사람은 그마음 알것이다
철지난 서해 바다, 오후의 斜陽마저 숨어버린 薄明의 풍경을 앞에 두고
서성이는 마음 역시 그와 같다는것을.
노을을 삼켜버린 바다에선 지난 계절의 숱한 기억들이 난파된 조각처럼
포말로 부서져 밀려왔다
무섭게 해변을 잠식한 밀물의 위세는 無緣한 것들에게 조차
끝내 적의를 품은듯, 격한 파도속에 이연의 끈을 마구 얽어놓는다
살다보면 저도 모르게 무엇인가 마음 발목 잡혀 오갈데 없을때가 있나보다
바닷 갈매기인지 기러기 인지 모를 철조각상들이 가는 몸으로 서서
초겨울 해풍에 갸웃거린다
아무것도 할수없는 나는 단지 무심한 눈길만 던져 줄뿐이다
같이 바람따라 일렁여 보자는 신호였을까
빙긋이 돌아가는 갸날픈 자태가 서리빛으로 떠오르는 초저녁달을
그리는듯하다
그 모습 기러기에 더 가까우니 곡조없는 노래 하나 마음 에서 머뭇댄다
박목월의 詩 <이별의 노래>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초겨울 짧은 해가 서둘러 가라앉은 바다는 검은 파도마저 잦아들고
멀리 송림너머 흙빛으로 반짝이는 한줌 어둠이 되었다
나는 허기보다 따뜻한 불빛이 그리웠고 外地의 낯선 어둠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안면을 들어설때 노을이었던 간월도는 묵직한 침묵속에 묻혀버린채
떠나가는 사람에게 더이상의 풍경이 되지 못했다
귀가길,외곽순환로에서 -
난데없이 불어닥친 진눈깨비와 비바람은 집 떠난자의 안위를 수시로 위협했다
이 시간에 나는 왜 이곳에서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는가
아주 오랜 기억 속의 새벽, 홀로 돌아서오던 그길엔 위험을 뛰어넘을
낭만적 객기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귀가길의 나는 소름돋는 한기와 두려움에 잠시 몸을 진저리친다
차들은 밝은 불빛을 더하지 못할만큼 드물었고,매정하게 간격을 두고 달려갈뿐이다
그사이 칠흙의 사위는 비바람과 눈물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아, 살아가다는 건 이렇듯 아무도 보지 않는곳에서의 곡예와 같은것인가.
박수갈채 없는 모노드라마로 또 다른 하루를 마감한다.
서해대교
간월호
간월도 노을
송해염전
안면해수욕장의 일몰
꽃지해수욕장
노을을 놓쳐버렸다
간이역에서의 서성거림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석양이 빠진 할미 할아비 바위의 간격은 더 멀어 보인다
잉걸불처럼 뜨거운 태양빛보다는 살풋 기우는 저녁해가 더 애잔한 아름다움을 주는건
아마도 그들이 가진 전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