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08.12
산행코스 : 성삼재 ㅡ 노고단 ㅡ 반야봉 ㅡ 삼도봉 ㅡ화개재 ㅡ 뱀사골 ㅡ 반선(8시간)
폭염 속 연이어 오늘이 삼일째 산행이다
어제 저녁까지만해도 아침에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것 같더니
불도저 같은 조크라님 채근 덕분에 피곤한 몸을 추스리고 다시 산행 채비를 갖춘다
마음이 꼭 반반이었다는 표현이 맞을거다
이틀이나 산행한 끝이니 하루쯤은 그냥 콘도에서 오전내내 쉬다가 주변 관광지나
둘러볼까하는 마음,
그래도 기왕 맘 먹고 시작한 산행 계획인데 지리산 동네 까지와서 하루를
노닥거리기엔 조금 아깝단 생각.
갈등은 얼마 안가서 평정 된다
다들 산행에 대한 욕심은 있어 누구하나 강력하게 포기를 주장하는 이가 없다
출발서부터 날씨는 예사롭지 않게 오늘 고행을 예고하듯
무차별로 땀방울이 쏟아져 내린다
차는 성삼재 주차장에 두고 10시 10분쯤 산행을 시작한다
얼음물을 성삼재 휴게소에서 샀는데 값은 생각만큼 안비싸니
따로 준비해올 필요는 없는것 같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오르는 돌길은 편편하지만 한창 햇볕이 뜨거울때라
흙길보다는 힘들어 보인다
적당히 오르다 금지선을 살짝 넘어 우회를 조금 줄여본다
가끔 이렇게 준법 정신에 금이간다. 그러다 한번은 걸릴만도 한데...
다들 어제까지의 산행 여독으로 제정신들이 아니지만 유독 조크라님만
기운센 천하장사다.
그래서 더 빨리빨리 움직일것을 종용하며 간간이 짜증도 섞어가면서
닦달을 해댄다. 자긴 하루는 산행 안했으니 힘이 남아들겠지만..
반야봉을 올라가느냐 그냥 지나치느냐는 각자의 몫이니 알아서
하라고 잔뜩 으름장을 주니 일행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노고단 대피소까지 쉬지않고 걸었더니 대피소 앞 야생화 화단이
제일 먼저 우릴 반긴다
지리산을 다니면서 야생화가 지천인 곳은 이번 코스인것 같다
드문드문 눈에 띄었던 꽃들이 군락을 지어 흔하게 피고 지고 있다
식수 걱정은 안해도 될만큼 중간중간 물은 많단다.
노고단 대피소 물맛은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것도 아닌데 얼음처럼
차면서 달기도 하다
땀 흘리고 올라온 끝의 물맛이 어련했겠는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노고단 고개를 향해 오른다
노고단 대피소까지 이런길로 올라간다
한눈에 지리산 종주 코스를 알수 있는 안내도
둥근이질풀
어수리
원추리, 동자꽃, 일월비비추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길손들을 맞이한다
모조로 세워둔 돌탑이다 측면으로 있는 진짜 노고단 탑을 그대로 본떠 만들어놓은 것이다
진짜 노고단에 이르는 계단길이다
원래의 노고단정상 ...훼손을 막기 위해 수시로 일정 수준의 사람들이 모아지면 개방을 한다고 한다
임걸령 가는길에서 보이는 지리산 능선길..저멀리 노고단 정상이 조그맣게 보인다
햇볕이 있는 맑은 날인데도 지리산의 깊은 골에서는 운무가 명멸하고 있어 그 능선자락이 더
신비하게 드러난다
여로
원추리
동자꽃
모싯대
여기선 천왕봉 길로 들어서간다
임걸령 샘터의 물은 더더욱 차갑고 물맛이 좋다
이곳에서 햇반과 라면을 간단히 끓여 점심을 해결한다
우리팀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는곳으로 정했는지 사람들이 많다
취사불가 지역임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버너에 라면을 끓이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다른팀은 고기까지 굽는다. 조금 심한건 아닌지..
멋진 구름 속에 내가 떠 있는것 처럼 하늘이 가까이 있다
노루목에 다다르니 반야봉에 오르는길이 나온다
종주길엔 그냥 지나쳐가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종주가 아니니 한번은 올라가봐야 할 곳이다
아마 올랐다 다시 내려와 가던길로 가야하니 매번 거쳐가진 못할것 같다
조크라님이 반야봉은 꼭 올라가야한다고 출발서부터 강조했으니 당연이 올라간다
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남도를 나타내는 삼도봉 표지석이다
반야봉 오르면서 보이는 삼도봉
반야봉으로 오르는 계단길 옆으로 하늘아래 펼쳐진 야생화 꽃길
근래에 세운 반야봉 표지석
원래의 반야봉 표지석
그많은 사람들이 기대어 사진을 찍었을 돌탑인데 여전히 견고하게 서있다
혹시라도 돌하나 잘못 건드려 와르르 무너지지나 않을까 겁이 나가도 한다
휴식년제로 묶인 좌측길은 정령치로 통하는길이라고 한다
반야봉을 내려오는 그림같은 길, 그옆으로 꽃들이 지천인 이곳은 천상의 화원이다
둥근이질풀과 어수리
화개재에서 뱀사골과 천왕봉 길이 가라진다
너무나 허름한 뱀사골 산장
뱀사골 산장에서 거의 9 km 에 달하는 뱀사골 계곡의 시작이다
사진으로 찍힌걸보니 조금 답답하게 화질이 나와 불만스럽긴 하지만
너무 환상적인 계곡길이다
거의 휴식년으로 입장이 금지되어 있어 상류에서만 잠시 머무를수 있다
길고긴 뱀사골 계곡의 하산을 알리는 계단이다
이곳을 지나고도 다시 3킬로정도를 차량도로로 포장된 길로 더 내려와야 완전한 하산이다
미리 내려간 조크라님이 성삼재까지 택시로 가서 차를 가져다 놓아 우린 덕분에 고생을 덜었다
청학콘도로 가는길 휴게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하고 숙소로 향한다
무척이나 지독한 8월의 뙤약볕아래 3일간의 강행군이 끝났다
시원섭섭하게도...
산행을 마치고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져 보니 여기저기 물집이 생겨
피까지 맺혀있다
산행할때는 의식하지 못한걸보면 무슨 마음에 그리 죽겠다고 산행에 몰두했는지
모르겠다
떠나오기전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백혈구 수치가 많이 떨어졌으니 무조건 쉬라는 말은 귓등으로 흘렸다
산행내내 염두에도 두지 않은 말이지만 며칠후 다시 만나 상담 할일을 생각하니
할말이 궁색해진다
며칠 다시 휴식을 취하는척하다 주말이면 다시 뛰쳐나올게 뻔한 일,
중독된 산행의 기억은 기약도 없이 나를 방랑벽으로 몰고 다닐것 같다
내가 정신적으로 자유로울수 있는 가장 편한길이 산행이었으니
몸이 힘든건 얼마든지 극복할일이다.
물리적인 체력의 한계는 어느정도 의지로서 보완해나갈수 있는것 아닌가
제발 내가 모르는 곳 어디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난치의 세포만 자라주지
않는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는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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