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07.29 - 30 (1박 2일)
산행코스 : 청학동 - 묵계사 - 외삼신봉 -(길 잃고 다시 하산) - 삼신봉 - 청학 매표소(10시간)
세번째 지리산 산행이다
이번 산행은 계곡에서 야영을 하고 산에 오를 생각도 있었는데
며칠간 비가 왔고 혹시 더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야영과 민박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야영을 하려면 장비 문제도 있고 민박보다는 짐에서 부담이 가긴했지만
20여년만에 야영을 해본다는 상상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생각이 아닐수 없다
해서, 우리 일행은 오래된 화물밴으로 좁게좁게 앉아 그래도 여전히 마음 설레는
지리산 산행을 떠난다
번갈아 앞자리를 앉아가며 서로의 불편을 나눠 갖고 휴가차량으로 밀리는 길을
핸드폰으로 원거리 정보 지원을 받아 용케도 청학동까지 큰 정체없이 도착했다
시간상으로 10시가 넘은 한밤중이라 혹시 빈방이 있으려나 했는데 지은 지
얼마 안된 깨끗한 펜션에 방값도 저렴한 숙소를 만나 큰 고생없이 편안한 일박을
하게됐다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나는건 당연한일.
3시 30분 정도 되니 저절로 눈이 떠져서 펜션 앞마당에 있는 물로
간단히 양치만 하고 마당을 거닐었다
하늘엔 은하수가 깔려있고 가까이에서 들리는 계곡물 소리가 맑은 새벽의
정취를 더해준다
산 공기가 달게 느껴진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야말로 홀로 달밤에 체조를 하는 격이다
나머지 일행들은 아직 꿈나라. 일찍 산행 시작하자더니 결국 아침밥까지
해결하고나니 산행은 7시부터 시작된다
맛있는 과일은 산행 시작도 전에 다 먹어치웠으니 산에 오르면서 간간히
쉴때는 물 말고는 먹을게 없다
펜션 주인장의 친절함을 기억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묵계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산행리더인 조크라님도 처음 가는 지리산 코스라 조금은 사전 준비가 덜된 상태로
시작하니 반신반의 하면서 산을 오르게 된다
나침판도 없이 지도 한장도 없이 대략 대충이다.
초보5명과 꼼꼼치 않은 헐렁한(?) 리더 한명.
그 깊고 깊은 지리산을 너무 얕잡아 본것은 아닌지 몰라..
아니나다를까 우린 출발하고 얼마 안돼 길림길과 마주한다
결국 갈림길에서 판단이 빗나가 길도 없는 계곡 너덜길을
오르락 내리락 한시간쯤 방황을 거듭한다
길을 만들어 가다가 다시 돌아오길 두번.
다시 원래의 갈림길로 회귀해서 어디메쯤인가 있을 삼신봉을 찾아
확신없는 길을 걸어간다
아직까진 체력이며 정신력이 말짱하다
조금만 더가면 뭔가 이정표가 나올듯 하면서 이정표 하나 없고
가도가도 키만큼 무성한 산죽길만 계속 될뿐 도무지 길다운 길은
찾을 수가 없다
여섯명 정도는 되었으니 다행이지 조난이 연상될만큼 오지같은 곳만
나타나니 슬슬 무섭기까지 하다.
이런 곳에 셋만 왔어도 공포분위기로 들어갈듯 하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은 점점 사라지고
길은 곳곳에 끊겨 있으니 이길이 또 아닌가 싶다
산죽이 우거져 길을 막으니 더 난코스가 됐고 일단 주변에 다른사람들이
없어 물어볼수도 없고 무인지경 막막하다
새벽 5시가 되니 사람들 하나씩 일어나 아침 준비에 들어간다
팬션의 목가적인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골 읍내 다방같은 간판
주인장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한장 부탁
청학동 묵계사에서 조금 오르다 선비한분을 만나 삼신봉 길을 물어본다
곳곳에 서당이라 이름 붙인 곳이 많고 옷차림도 서당풍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나무 무성한 밀림길로 접어든다
곧게 뻗은 대나무 숲길은 한편으론 신선하고 깊이 갈수록 밀림탐험을 하는
매미꽃과 매미껍질
꿩의다리
병조희풀 - 사진으로만 알고 있던 아주 보기 드문 꽃을 만나다
바위채송화
산죽길이 이정도만 되도 갈만 했을텐데..대부분 키를 넘는곳이 많아 팔다리 얼굴까지
스치니 쓰리고 따갑고..
이때가 밀림 속을 헤쳐나갈때라 한참 괴로울땐데 역시 카메라를 들이대니 내숭스러진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지리산엔 병조희풀 군락지가 많다
두번째 나타난 갈림길에서의 탁월한(?) 선택을 한 결과 외삼신봉에 도착한다
천신만고 끝에 불안을 감추지 못한채 올라가보니 이곳에 다달았다
어찌나 반가운지 푯말을 끌어안고 사진도 여러장 남긴것 같다
이곳에서 세석평전과 이어진다던 판단을 하고 이곳에 왔는데 어디로 향해
갈지 몰라 한참을 우왕좌왕하다 다시 처음 갈림길로 내려가 삼신봉을
찾아본다
세석가는길은 삼신봉에서 갈라지는데 잘못알고 온것이다
여하튼 원래대로 바르게 정보를 입수했다면 우리일행은 외삼신봉은
안와봤을것 같다
고생은 했지만 이렇게 해서 가볼 기회가 없는 외삼신봉을 밟았으니
위안을 넘어 마음은 뿌듯하다
외삼신봉에서의 두갈래길, 조금 내려와서 다시 작은 삼거리길, 다음에가도 기억이
생생할것 같다
여태까지 고생하며 밟아온 길은 다 기억 해서 다음번엔 자신있게 길을
찾아갈것 같다
작은 삼거리길에서 직진을 했더라면 바로 삼신봉과 연결되지만 나중에 제대로
삼신봉을 오르다보니 자연 휴식년제란 안내문을 걸어 통제를 해놨다
대충 어떻게 길이 연결되는지를 알것 같다
말하자면 우리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다시 빠졌기에 진짜 고생은
그곳에서 했던것 같다
삼신봉을 한참 우회하는 길로 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이 날씨가 좋아서 천우신조, 비까지 왔더라면
우리는 꼼짝없이 조난 이다
핸드폰도 안터지고 깊은 산중에서 어디 앉을곳도 없고 울창한 산죽더미에
파묻혀 죽음을 연상했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분명 내리막길이니 삼신봉을 올라가고 있단 생각은 전혀 안들고
이거 또 길을 잘못 들었구나하면서도 너무 많이 내려와 다시 뒤돌아가진
못하고 그렇다고 앞이 보이는것도 아니고...
다행이 내리막길이라 어딘가로 하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 그나마 안심이다
그렇게 끝도 없이...조금은 리더를 책망하는 마음을 갖고 내려내려 가다보니
청학동매표소에서 삼신봉가는길 중간 어디쯤으로 빠져나온다
계곡물 소리도 들리고 무엇보다 사람소리를 들으니 살았다 싶다
배고픈것도 그때서야 알겠다
입구부터 제대로 삼신봉을 탓더라면 가는 길 자체는 너무 평이하고
길도 뚜렷해서 무조건 이정표대로 가기만 하면 될일이다
머리 속에 왔던 길이 그대로 그려지면서 산 속에서의 거리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얼마나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지 짐작이 간다
이 역시 산을 다니면서 배워가는 과정이고 산행구력이 되는 값진 경험이다
길을 잃고 헤매었으되 조금도 억울할것 없고 오히려 오지탐험을 한것 같아
산행에 자신감도 더 붙는것 같다.
그와중에 산행을 이끌던 리더는 얼마나 조바심치고 미안해했을까 하는
마음도 짐작이 간다
아무나 산행을 이끄는게 아니란것도,무조건 리더한테만 의지해서 따라만가도
바람직하지 못하단 것도 깨닫는다.
그 산을 가기위해서 적어도 지도한장 정도는 지니고 가고 사전에 코스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잊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내가 간과하지말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다
외삼신봉 주변에서.... 예까지 찾아온 기념을 원없이 사진으로 남긴것 같다
표정에선 다들 즐거운 모습들만 보인다
며느리밥풀
반나절 고생하고 삼신봉 가는길에서 시원한 계곡을 만난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목욕재계까지..피로야 물렀거라!!!
삼신봉에서 하산하는 일본여인 두명과 잠시 음식을 나누며 담소.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 .학원강사라고 자신들을 소개. 주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맛있게
먹고 낯선데도 잘 어울린다
모싯대
짚신나물
삼신봉 가는길은 거의 이런 모습으로 비교적 편안하다
반가운 이정표에 삼신천이라..맛난 샘물 몇잔에 1 킬로도 안남은 삼신봉을 향해 가는 마음 좋기만 하다
삼신천
삼신봉 막바지에 다다르는 계단길이 조금 가파르다
삼신봉을 밑에서 바라본 풍경
등골나물(?)
삼신봉을 오르기 직전 바로 밑에서 본 이정표...과연 여기서부터 세석으로 길이 갈라지는걸 외삼신봉에 가서 찾았으니 나올 턱이 없다
삼신봉을 측면에서 본 모습
삼신봉 정상
삼신봉
삼신봉에 올라 사방으로 둘러본 픙경
감회에 젖어 주변 경관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지리산의 봉우리들을 확인하는중
삼신봉 주변 풍경들
삼신봉 오르면서 한번 하산하면서 다시 한번 계곡물에서 심신의 때를 벗다.
개운하게 옷도 갈아입었으니 하산길이 가벼울수밖에..
늘씬한 전나무가 너무 시원스럽다
청학동 매표소에서 이걸 보면서 올라갔어야 일반적인 코스가 되는거다.
하루종일 걸었으니 조금은 지쳤겠지..
역전의 용사들 수고 많았네요..두사람은 어딜 간거야???
먼저 내려간 두사람 에게 전해들은 얘긴 이렇다
관리소 직원 왈, 우리가 오늘 갔던 코스는 개방이
안된 길이고 원래 길이 안난 곳인데 불법으로 다니다보니 그나마 희미하게
흔적이 남은것이라는거다
걸렸으면 벌금을 부과할일이었는데 어찌 그길로 가게됐냐고..
길을 잃었다가 고생했단말을 한건데 자발적으로 가서
위법을 아무생각없이 고백한 셈이 된다.
암튼 그런 길을 우리가 갔으니 그 길의 험난함이 어떠했겠는가
참으로 기억에 남는 지리산의 추억담이다.
이런저런 지리산을 찾을 이유는 많아지고 있으니
점점 지리산의 마력에 빠져듦을 느낀다.
갈수록 지리산에 대한 열정이 깊어진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지켜보며 가슴 한 구석이 휑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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