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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산과 여행/전라도

by 여정(旅程) 2006. 5. 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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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05.21

 

산행코스 : 정령치- 세걸산- 부운치 -팔랑치- 바래봉-운봉

 

지리산!

얼마나 귀에 익은 소리인가

문득문득 뜻모를 그리움이 들어 온통 마음을  흔들어 놓던 그 산을

드디어 가본다

철쭉이 만개했으면 어떻고 아직 덜피었으면 어떠한가

지리산을 뺀 철쭉만이라면 아마도 동경이 덜했을것이니

바래봉의 철쭉구경은 별반 관심이 없다

오랜세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고갔을텐데 난 이제야

깊고깊은 첩첩산중의 지리산 한자락을 밟아본다

 

노고단, 뱀사골, 피아골 ...그나마 몇개 주워들은 이름도 아닌 정령치,팔랑치...는

내게 새로운 지명에 대한 호기심 이상의 것이다

'지리산' 이 주는 느낌은 다른 어떤 산보다 현실 도피의 은신처 또는 

세속의 시끄러움과는 차단된 별세계라도 있을듯 하다

                                                                      

                                                                                          <산행출발지>

 

영상으로 비쳐진 지리산의 봄 풍경은 드라마<토지>에서 이미

내마음에 상사병을 심어놓았다

그 화사한 선홍빛 꽃이 진달래 혹은 철쭉이었을것이지만

왠지 애틋함은 진달래에 더 깃들어 있으니 꽃무더기 그대로

철쭉과 진달래를 구분하는 세밀한 관찰은 안할셈이다

 

정령치에 오르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등뒤로 반야봉을 가리킨다

이미 12시를 넘겼으니 지리산의 햇볕은 한여름의 그것과도 같았고

사람들은 발걸음을 서두르니 눈에보이는 모든것이 주마간산이다

 

정령치를지나 세걸산에 이르는데도 여전히 난 지리산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교행이 어려운 좁은 오솔길을 걷고걸어서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타고갈뿐이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왔나보다

골 깊은 지리산을 한나절 몇시간 산행으로 눈에 들어오길 바란다면

무리라는 생각이든다

' 일단 의식적으로 산을 돌아보려하지말고 처음엔 눈에 비치는대로

마음에 담아두자 '

 

 

 

 

 

 

 

세걸산과 부운치 중간어디쯤에서 점심을 먹는데

오늘따라 밥맛이 없어 잘 먹히질 않는다

아직도 산과의 교감이 이뤄지지않아 내심 마음이 편치않다

교감이라해서 대단한 무엇은 아니지만 몇시간째 내가 겉돌고 있음이다

아마 내가 지나치게 내 체력에 대해 믿음을 잃은 까닭이리라

혹시 폭탄이 되어 남가는길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늘 그것이

노심초사가 된다

 

 

부운치를 지나 팔랑치에 다다르니 눈앞에 천상의 화원이 펼펴진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뫼,보일듯 말듯 바래봉 오르는 좁은 황톳길이 보이고

그 아래는 온통 꽃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신이 내린 색깔에 비유할만큼 남녀상렬지사의 애틋함을 노래하는이도 있고

정열의 빛깔대로 마음에 분홍빛 물들어 수줍은 여인네의 정염을 표현하는

사람도 엿보인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다는거다

첫사랑의 추억과 이루지못한 사랑의 아쉬움을 저마다 떠올리며 잠시

과거의 잊었던이와의  해후를 그 꽃무더기속에서 회억하려는것인가

꽃속에 묻혀 사람들은 마냥 속이 흐뭇하다

아린 기억이든 불꽃같은 추억이든 세월의 흔적에 완만해진 감정의 기복을

그렇게 풀어놓고 간다

 

 

 

 

 

 

 

 

 

 

 

 

 

 

 

 

 

 

팔랑치에 철쭉화원이 펼쳐졌다면 바래봉은 그저 하늘과 좀더 가까이 닿은

봉우리일뿐이다

산철쭉에 대한 일화를 보니 독성이 강해 양들도 먹지 못해 그대로 남아

철쭉 군락이 형성되었다는 것과

바래봉은 스님의 바리때를 엎어놓은 형상을 비유했단말이다

 

무척 덥고 식수도 고갈되서 다들 하산을 서두르는 눈치가 보인다

바래봉을 목표로해서 산행이 시작된건데 그곳을 안거쳐갈수는 없다

일행의 대부분은 내려가고 나는 바래봉까지 오른다

그 뒤로 조크라님이 따라 올라주니 내심 마음이 든든하다

 

 

 

 

마치 제주도의 우도를 연상케 하는 바래봉길은 시간상 인적이 드물어

아주 평화롭다

푯말을 기어코 만져봤다는 뿌듯함이 든다

무엇이 눈에 들어오는지 정확히 지명은 모르겠으나 시야가

더 넓어졌으니 지리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저아래 반가운 약수도 보여 잰걸음으로 내려가 물통마다 가득가득 담아둔다

땅 속 어느 깊은 골에서 타고 흐르는건지 그맛이 차고 달다

갈증나고 더울때 이런 귀한 물을 마시는 맛도 산행에서만

가질수 있는 행복이다

 

                                                                              <운봉하산길>

 

 

일행은 벌써 하산했는지 후미가 보이지 않는다

운봉으로 가는 하산길은 무릎에 이상이 올만큼 내려가는길이

비탈지다

운지사(?)절 길로 내려가면 더 좋았을것을 길을 찾지 못해 마냥

돌길을 따라 걷는다

일행이 한두 사람의 지체로 인해 버스를 대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걸음을 늦출수 없어 조급해진다

산행의 피로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여태까지는 페이스조절이 가능했는데 하산길이 안좋은데다 무리하게

속력을 내니 내 체력을 넘어서 몸에 무리가 온다

그래도 남에게 폐끼치는것보다 나으니 급히 서둘수밖에 없다

다행이 세족하는시간도 가졌다하여 늦지는 않았는데

오랜산행끝에 하는 세족이 좋은건데 그걸 못하니

아쉬움이 아주 크다

한 10분정도만 발담그고 왔어도 좋았을일을...

 

하산하니 8시가 조금 안된시간

12시경 정령치를 출발했으니 7-8시간쯤 산행을 한 셈이다

생각보다 쉬는 시간이 있어 그런지 많이 소요된다

가는길에 전주에 들러 비빔밥도 먹어야한다는 여론에 따라

집에 오늘중으로 들어가는건 포기한다

일산까지 도착하니 새벽 2시 30분이다

긴여정에 몸이 지칠대로 지쳐 며칠간은 또 헤매일듯하나

산행이란 유쾌한 중독에서 빠져나올수는 없으니

난 또다른 산행을 꿈꾸며 피곤한몸을 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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