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06.05- 06 (무박산행)
산행코스:중산리 - 법계사 (로타리 산장) -천왕봉- 장터목 산장-세석평전
- 거림
중산리-법계사(3.4km),법계사-천왕봉 (2 km), 천왕봉-장터목산장(1.7km),
장터목산장 -세석평전(3.4km), 세석평전-거림 (6km)
산행시간 : 새벽 4시 - 오후 5시
바래봉 철쭉을 테마로 다녀온 일전의 지리산 산행은 내게 변죽만 울릴 뿐
아무런 분명한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토록 오래동안 가보고 싶은 산이었는데 나를 선뜻 품어주지 못한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 맞추다보니 개인적 취향을 어느정도는
접어야했고 욕심이 앞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려했던
선입견도 작용한것 같다
한달도 안돼 다시 찾은 지리산.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가본다는 설레임에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새벽4시부터 시작하는 산행이라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체력 상태도 꼼꼼이 체크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다
중산리매표소에서 법계사 까지 해드랜턴을 착용하고
낯선 돌길을 혹시 발 접지르진 않을까 조심하며 올랐던 기억이난다
한구간 오르고나면 이젠 평지가 나오겠지하는데 수도없이 오르막만
다시 시작된다
이상하게 어두울때라 그런지 힘이 덜드는것 같기도 하지만
무슨 계단이 그리 많은지 지리하기만하다
산중의 아침은 일찍 찾아와 새들이 먼저 알고 여기저기 숲속에서
아침인사를 하듯 맑은 소리로 지저댄다
잔청으로 아직도 귀에서 그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법계사가 있는 로터리 산장에 도착해 우리는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다
그때가 7시 30분정도 되었으려나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가는길 역시 끝도 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어느 교회에서 온 사람들인지 남녀노소 많은 인원들이
오르다 지쳐 샛길 한편에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천왕봉 부근 무렵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기색이
있어 쉴수록 워킹진행이 어려울것 같다
가도가도 멀리 천왕봉이 신기루처럼 보였다 사라졌다한다
천왕샘을 만나니 단물 생각이 나 갈증이 더해진다
물이 거의 없어 물한모금 얻어먹는데 시간이 더디게 간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천왕봉에 사람들의 물결이 구비쳐 긴 대열을
이루고 있다
거기가 어디길래 이렇듯 치열하게 사람들이 오르려 하는가
9시경에 천왕봉에 오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사진지찍기에 바쁘다
우리팀도 천왕봉 비석한번 부둥켜안고 사진 한장 남겨본다
얼려온 맥주로 시원하게 입가심을 하고 다시 장터목 산장을 향해 출발한다
천왕봉에서 장터목 산장까진 짧은 거리지만 제석봉 고사목 군락이 있어
그 경치가 비경에 가까워 그곳을 통과하는것 자체가 이미 현실과는
다른 경지를 느끼게한다
고사목군락지를 생태복원구역으로 정해놓은 까닭이 안내문에
쓰여있다
한번 소실되어 복원 과정에 있는 상태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얼마나 대단했을까 짐작이 간다
멀리 이어지는 평탄한 계단길 그 옆으로 천년을 살고있을 고사목이
마치 맑은 수채화처럼 초록과 어우러져 지리산의 기억을
각인시킨다
사는동안 그 기억만큼은 잊혀질것 같지 않다
장터목 산장에서 세석 산장 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점점 햇볕도 뜨거워지고 사람들이 조금씩 지쳐간다
어려운 길이 아닌데도 여전히 돌들이 놓여있고 이미 오래 걸어온터라
가도가도 언제 도착할까 막연해진다
지리산은 아직 철쭉이 고운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간간이 털진달래가 반갑게 아직 여름 속의 봄풍경을 보여준다
바래봉에 무더기로 있는 철쭉이 풍성하고 흐드러지게 피었다면
이곳의 철쭉은 연분홍 새색시를 연상케하는 수줍음 그 자체이다
음지 숲속에 고고하게 피어있는 모습은 더더욱 귀함이 돋보인다
연하봉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가는길 역시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몸이 많이 지쳐있는데도 한줄기 산바람과 그림같은 돌 계단길을 보니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촛대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낮은 능선들이 지리산만의 독특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겹겹이 색의 농담을 달리하여 둘러쌓인 능선들이 신비롭기까지하여
그기운에 절로 도취해버린다
세석평전의 생태는 어떠한가
노오란 동의나물군락지를 비롯해서 쥐오줌풀,흔들어 냄새를 맡으면 오이향이나는
산오이풀, 여리고 앙증맞은 흰색의 왜갓냉이,삿갓나물,야광나무,털진달래 노린재나무...
온갖 야생풀꽃과 나무들이 연신 눈에 들어온다
개체수가 자꾸 줄어든다니 더이상 훼손이 안되도록 이렇게 눈으로만 볼수 있는것에도
감사하며 자연을 아껴야겠단 생각을 한다
세석 산장에서 우리 일행은 다시 점심을 하고 달디단 어음물처럼 차가운
약수를 받아 다시 거림매표소로 하산을 서두른다
세석 산장에서 거림까지 6km 나 되는 그야말로 지리하고 긴 하산길을
시작한다
산장에서 먹은 돼지갈비와 누룽지탕이 또 위력을 발휘하나보다
계속 설사를 거듭하는 난 제대로 양껏 먹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배탈이 심해질까 걱정하는 처지다
그냥 흙길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돌과바위들이 계속 놓여있으니
속도도 못내고 넘어질까 긴장이된다
이제부터 거림의 계곡물 소리가 들려온다
긴 산행에 세족을 안하고 갈수 없으니 물이 차서 채 일분도 못담글 시린
계곡물이지만 발을 담가본다
10분정도만 해도 벌써 몸에 한기가 오는데 확실히 세족은 피로감을
더는데 효과가 있나보다
물집 생기는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어 이제 하산길의 중간쯤에 와 있다
좋아서 하는게 아니고 누가 시켜서 일부러 하는 산행이라면 얼마나 큰 고행
일까 생각해본다
드뎌 오래된 소나무가 마치 하산의 끝임을 예고하듯 장중하게 거림 매표소의
상징처럼 단단하게 서있다
정말 하산의 끝이다.
돌계단, 나무계단,철계단으로 이어지는 험난한 산행길이 드디어 끝났다
이때가 5시경이다
여러해 동안 짝사랑해온 사람에게서 눈빛 한번 마주친 기분이 이러할까
이번 산행은 한번 교감한 눈빛으로 그후로도 오래동안 지리산과의 사랑이
계속될것 같은 기분이다
한가지 터득한건 절대 성질 급하면 지리산과 멀어진다는것.
가도가도 끝없는 길에 대한 체념부터 알아야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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