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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과 여행/기타지역(인천.제주)

by 여정(旅程) 2006. 2. 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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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 2006.02.03

 

오하마나호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오하마나호는 무려 8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7시출발하는 배를 타기위해 4시 일산에서 출발

인천연안부두에 정박한 오하마나는 규모면에서 상상을 넘는 크기였다

그런배에 800명 정도가 타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새삼 선박제조 기술에

엄청난 경이로움이 든다

우리일행은 인천항 대합실에서 가볍게 승선 축하주를 나눠 마시고 들뜬 마음으로

배에 차례로 올랐다

방 2개를 선점하여 두팀으로 나뉘어 앉은 일행들은 역시 술판부터 펼쳤다

다른 등산객들도 우리와 같은 풍경이 벌어졌다

선상의 로비에서든 방안에서든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배의 흔들림으로

멀미를 느끼기보단 갖은 음식 냄새로 조금은 속이 메스꺼워지기도했다

다양한 안주가 배낭에서 쏟아져나오고 발렌타인17년산도 등장한다

서로 배낭의 무게를 줄이려고 무게 나가는 것들을 한꺼번에 꺼내놓다보니

양에서 먼저 포만감이 드는것 같다

어느정도 먹다보니 배가 조금씩은 흔들린다는것이 느껴진다

웬만큼 멀미를 하지 않아서는 그정도의 흔들림엔 배멀리를 할것 같진 않았다

일행중 멀리를 한사람은 없는걸로 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드디어 9시 45분이 되니 선상 불꽃놀이를 시작한다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사람들이 일제히 갑판으로 몰려나오고 불꽃놀이 시작전부터 5분여정도를

신나는 댄스곡으로 흥을 돋았다

깜깜한 갑판위에서 수백명이 뒤엉켜 한풀이라도 하듯 춤을 추는데 그역시

불꽃같은 정열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려한 불꽃놀이,대부분이 사오십대인 사람들이 춤에 이어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마음이 얼마나 흥분된 상태였을까

그냥 요식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제법 멋진 불꽃놀이였다

오하마나호의 아주 인상적인 밤을 기억하게하는 해운회사의 특별행사에

고마음을 표한다

 

다음날 산행을 위해 몇몇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몇몇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늦은 시간까지 여흥을 즐겼던것 같다

그런 체력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지 일단 내일은 내일이고 지금 순간에 충실한

사람들의 놀이문화에 동참 못하는 내가 그들보다 즐거움을 덜 누린것만은

확실했다

새나라 어린이형인 나는 규칙적인 잠자기만이 내 체력의 유지방법이어서

조크라님의 배려로 편안히 침대칸을 차지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라산 등반

 

세면실에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수있다하여 4시쯤 잠이 깨서는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 2시간을 더 잤다

그때서야 일행들이 일어나 부지런히 세수를 하고 서둘러 한라산 성판악에

이르는 대형버스를 탔다

한 30여분정도 가는데 멀미는 그 차에서 느껴졌다

다행이 짧은 시간이어서 구토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갔으면 어쨌을까 싶다

성판악에 내리자마자 아이젠과 스패치를 하고 스틱을 조절하고나니

일행중 일부는 벌써 산행을 시작했다

12시까지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려면 쉬지않고 잰걸음으로 걸어야했다

내 걸음이 느린편은 아니라 설마 도착못하는 불상사야 없겠지만

다른 일행들이 있으니 우리 일행 모두가 그시간에 도착할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치달았는데도 12시정각에 간신히 그곳에 도착했다

우리일행 모두가 다 시간내 들어왔구나 했는데 산길님 내외분이 예상치도

않게 못들어오셨다

산길님이야 산행대장님이시니 걱정도 안했는데 산길님이 못오셨다니

뜻밖이다

사정을 들어보니 옆지기님이 컨디션이 안좋아 포기할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산대장님 없는 산행을 하리란 생각을 하니 약간 불안함이 들기도했다

진달래 대피소까진 완만한 길이라 크게 힘든건 없었지만 백록담까지 갈일이

아득하기만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눈발도 날려서 겨울산행의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느껴지는 가운데 일행도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져버렸으니 더 추운것 같았다

아침도 못먹고 차에서 받은 도시락을 먹고자 펼쳤더니 찬바람에 밥이 얼어붙는다

두젓가락 먹다 도로 배낭에 넣고 백록담을 향해 말없이 걷기만했다

말하면 입조차  얼어붙을것같아 그저 입 굳게 다물고 생각만 어수선하게

머리 속에서 맴돌뿐이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자처했을까 , 아직 얼마를 더가야 하는 가늠도 없이

누구하나 물어볼사람도 곁에 없다

모두들 힘들고 자기 한몸 챙기기도 벅찬 상황이어서 곁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드디어 백록담 정상

광대하게 펼쳐진 눈 덮힌 백록담이 하늘의 일부처럼 보여졌다

구름과 맞닿아 있어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땅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조금만 눈이 더 내렸어도 통제 되었을거란 안내자의 말을 들으니

오늘 우리 일행이 운이 좋았다는것을 느끼겠다

그야말로 안복을 누리며 바람과 추위를 조금이라도 잊는것도 같았다

그런데 나머지 일행들은 어디 있는것일까

그나마 일행과 떨어진 세명이서 백록담을 배경으로 사진은 몇장 찍었지만

우리산방 이름이라도 걸고 단체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무전기도 안되고 휴대폰도 안터지는 통신의 사각지대에 서있으니

갑갑하고 추위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다리면서 서있자니 손발이 시려운데다 "관음사코스 8.7km" 이정표를

보니 오늘내 하산할수는 있을까싶은 걱정이 앞선다

그간 우리가 온것도 꽤 되는데 다시 가야할 거리가 그만큼이라니

겁없이 내가 왜 이 산행을 따라나섰을까,일말의 후회감까지 들었다

40분을 기다려도 일행은 오지 않아 할수없이 낯선 사람들을 따라

관음사로 향했다

그나마 셋이던 인원이 흩어져 뒤돌아보니 나홀로 가는것이었다

앞 사람과 꼬리도 끊겨 고립감도 들었다

사람들이 만든 발자국만 따라가면 되려니 하지만 겁도 나기 시작했다

20분정도 또 둘을 기다려본다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또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해서 한참을 지나니 둘과 다시 합류,

아직 갈길은 멀고 추운데 체력을 기다리는데 소비해야하는 상황이

점점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누가 뒤쫓아오는것처럼 걸었다

지난번 다친 무릎이 걱정되지만 머리 속에 8.7km만 떠오르는게

무조건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면서 좌도 보고 우도 아니볼수 없는 비경의 한라산 정경에

감탄이 절로 났다

지난번 덕유산에서 본꽃이 얼음꽃이라면 한라산은 완전한 눈꽃이었다

가지마다 얹힌 눈꽃이 어찌나 소담스러운지 좁은 오솔길을 지나가는데

춥기보단 오히려 포근해보이기 까지 했다

그간의 피곤함이 싸악 가시는 위안을 그것에서 찾았다

그리고 하산길 내내 이래서 힘들걸 알면서도 다시 산을 찾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3시간의 항해, 8시간의 산행,만만치 않은 여정이지만 겨울 한라산의

눈꽃을 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끌려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향수를

간직할것만 같았다

육신이 힘든건 힘든거고 마음이 이렇게 즐거우니 눈밭에 누워 뒹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시간에 �기지 않는다면 마냥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다마는

다시 제주항으로 가는 버스가 기달리고 있어 아쉬움만 갖고 지나쳐

걸어야만 했다

끝까지 나머지 일행과는 만나지못한채 버스에 올랐다

 

제주항

 

제주항에 도착하니 같이 오르지못한 산길님이 2층 대합실에서 손을 들어

반갑게 맞이한다

오자마자 식사부터하라고 했지만 마침 식당에 밥이 떨어졌다는것이다

하루종일 굶었는데 그나마 밥까지 없다니 서운한 마음, 그래도

어디서 한그릇 남은게 있다고 갖다주니 허겁지겁 먹긴했는데

먹다보니 누가 남긴밥을 모아 한그릇을 마련한것 같아 먹다 말았다

그나마 수저도 못들어본 일행들이 많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우리일행을 다 만난곳은 대합실, 서로 기다린게 장소와 타이밍이 어긋나

오늘 같은 이산가족이 만들어졌다는 결론이다

암튼, 그렇게 힘들게 산행했어도 보기 힘든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으니

만사가 덮어진다

다시 호하마나호에 승선하고 자리를 잡는데 출발하는날과는 달리

산행한 사람들이 모인터라 발냄새가 앉아있기 힘들만큼 지독했다

서둘러 여자들은 샤워장을 찾았지만 한꺼번에 몰려 샤워중에

더운물대신 찬물이 나왔다

한겨울에 찬물 샤워라니 덜덜 떨면서 머리를 감고 대충 물만 뭍히고

나왔다

그길로 난 침대칸으로 가서 긴긴 잠에 빠져들었다

나머지일행들은 사진을 보니 라이브 카페에서 엄청 신나게

놀았던것 같다

다들 무슨 힘이 남아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인천항.

밤새 항해하고 9시에 인천항에 도착해서

어시장을 가기로 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어시장은 붐볐다

18명정도가 회를 먹고 매운탕에 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주인 아줌마의 육탄(?)서비스에 모든이들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고 우리 일행은 2박3일의 한라산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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