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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공작산

산과 여행/강원도

by 여정(旅程) 2006. 10. 1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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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10.15

위치 : 강원도 홍천군 동면,화촌면 (887m)

산행코스 :

공작교삼거리 - 공작골삼거리 - 문바위골갈림길 - 문바위골 - 740봉 - 안부사거리 - 835봉 - 정상 - 안공작재 - 휴양림 - 공작골삼거리 - 공작교삼거리

 

 

 

 

 

 

이른 아침 베란다 창 너머로 보이는 視界는 제로에 가깝다

소통이 두절된 전화기 처럼 안개에 휩싸인 창 밖의 풍경도

나와는 먹통이다

다만 습관은 때로 망령과도 같아서 몇번이고 하릴없는 눈길만

밖을 향할뿐이다

 

지독한 안개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안다

축축하게 젖어드는 옛 기억들마다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건 아니라고.

빈 들녘에 소리없이 이는 바람처럼

안개는 이리저리 기억들을 싸안고 흰 어둠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기형도가 말하는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때까지'

 

하루종일 하늘에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안개가 걷히자 일상은 다시 나를 흔들어 깨운다

뒤적뒤적 어제 산행한 배낭 속에서 주워온 낙엽 몇장을 꺼내

마른잎의 향기를 맡아본다

병속에 시간을 담아오지 못한 나는

대신 한줌 낙엽에 어제의 시간을  담아왔다

 

공작이 숲으로 박제가 되어있을거라 믿은 나는 산을 오르기전부터

공작의 펼친 날개를 찾아 이리저리 숨은그림 찾기를 한다

마른 산흙 먼지로 뿌연 시야는 좀처럼 맑아지지 않고

고된 오름짓이 허무할 정도로 공작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공작산이라 명명한 이의 엉뚱함을 탓할수 밖에..

 

숨은그림 찾기에 실패한 나는 차분하게 곱게 내려쌓인 낙엽숲을

보는걸로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완연한 晩秋가 느껴지는 가을숲길이다

길을 잃어도 좋을만큼

흔연한 마음이 오후 햇살처럼 반짝였다

"왜 아무도  저 숲에 앉아보잔 소릴 않는걸까"

낙엽이 저리도 포근하게 쌓였는데 사람들은 등산로만 따라

갈길을 재촉한다

내가 낙엽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누군가는 무슨꽃이 있냐고 물어온다

 

낙엽이 쌓인 숲은 고적하나 따뜻한 침묵이 있어 좋다

그 속에서 소리없이 부는 바람은

미처 낙엽이 되지 못한 나뭇잎들을 아름답게 낙하시킨다

곱게 생을 다한 마른잎들이 가만히 아래로만 내려앉는

겸손함을 본다 

흙으로 돌아가 다음생을 기약하는 輪廻生死을 믿고 있음일까

落花流水가 떨어져 소멸하는 화려함의 덧없음을 의미한다면

바람에 이는 낙엽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지않는 

아름다운 순종과 체념의 모습과도 같다

 

사박사박 낙엽밟는 소리에 실려 

어디선가 나즈막히 바람의 노래가 들려오는듯하다

깊어가는 가을  '10월의 어느 멋진날'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비록 공작의 날개는 간데없으나 낙엽이 쌓인 그 숲길은

내 마음에 남아

이가을, 사색의 한순간을 함께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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