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6.08.27
위치 : 강원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
참가한분들 : 등불님외 17명
산행코스 : 청평사 매표소ㅡ 5봉 ㅡ 4봉 ㅡ 3봉 ㅡ 2봉 ㅡ 1봉 ㅡ 소양호 산밑 돌길 ㅡ 청평사 매표소
어제
석룡산에서 돌아오는 도로에서 다시 큰비를 만나 차가 제 속도를 못낼정도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핸드폰에 오늘 200mm 이상의 큰비가 온다는 예보가 뜬다
비가와도 강행! 이란 말에
설마 예보한대로 비로 인해 산행이 어려울만큼은
안오겠지하는 마음으로 망설임없이 차에 오른다
그래도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조망이 생략된다면 참으로 아쉬운일이긴 하지만.
오봉이라 했으니 다섯개의 봉우리 하나하나마다 오르는 재미에 주변 아름다운
경관이 더해진다면 얼마나 또 감탄에 마지 않을까
차는 배후령고개를 넘어 청평사로 진입하고 출발점을 그곳으로 잡는다
보통 배후령고개에서 시작해 청평사로 내려오는데 산행이 단조롭다는 이유로
청평사 할매집 옆으로 난 산책로에서부터 산행시작이다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이 먼저 보이니 얼마나 올라갈까..
곧 나무계단이 끝나면서 분재를 닮은 소나무가 군데군데 기품과
위상을 자랑 한채 고고이 서있다
여러사람들이 만지고 끌어안고 걸터앉았을 나무지만
독야청청 푸르름을 잃지않고 꿋꿋하다
그 사이로 보이는 소양호가 흐릿한 안개속으로 명멸하며 시선을
잡아끈다
문득 삼악산을 오르면서 의암호, 붕어섬을 내려다보던 생각이 나니
그산과도 닮아있는듯한 모습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에 철 난간이며 바위 오름새가 그렇고 발아래로 자꾸 시선이 끌리는
청평사 소양호의 느낌이 그러하다
올라가면서 소양호의 조망은 흐릿하게나마 안개 속을 비집고 볼수 있었으나
시종 경관이 가려져 쉬어감도 횟수가 주는듯 하다
그래도 오봉산만의 기억할만한 풍경으로는 노송과 적송들의 기이한
자태를 빼놓을수 없다
자연 그대로 제멋대로 휘어져 곡선미를 드러낸 소나무들에서
자연의 신기함과 오묘함이 느껴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무 하나하나가 절경이고 암릉과 어우려져 봉을 만들고 숲을 이루니
오봉에 미처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반쯤 도취된 느낌이다
제일 먼저 다다를 5봉(비로봉)은 생각보다 쉽지않아 적잖은 땀과 힘든 행군을
치루고 나서야 만나게 된다
오봉산 (779m)이란 선명한 표지판이 반갑고 흐뭇하다
중간중간 몇번씩이나 5봉일듯한 암릉들이 나타났지만 번번히
아니었고 드디어 5봉에 이르러 점심을 먹기로 한다
서둘러 먹기는 했지만 판을 접기도 전에 비는 다시 내리니
일행은 허겁지고 짐을 꾸리고 다시 4봉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우중에 먹는 점심은 웬지 처량맞으면서 묘한 즐거움이 있다
청솔바위
4봉(보현봉)부터는 표지석 대신 어떤 다른 표지가 있는건지
3봉 2봉사이의 청솔바위라 쓴 글자말고는 그나마 아무런 표지가 없으니
암릉이 간간히 있는 오봉산에선 뚜렷한 구분이 어렵다
4봉을 지나 3봉(문수봉)이 나오고 이어 2봉(관음봉)이 나왔겠지만 일행은 이제나저네나
표지만 찾다 쉼도 없이 가다보니 마침내 1봉 (나한봉)이란 금속 표지판과 만난다
얼떨결에 봉우리 3개는 그냥 지나치고 결국 다섯개의 봉을 통과했으니
이제 하산길이다
한시간 넘게 능선길을 따라 오르내리더니 이런 길을 만나 조금만 더 가면 청평사 입구가 아닐까
했는데 다시 길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깊은 숲길로 들어선다
그곳은 더 어둡고 축축하여 마치 땅거미가 지는듯 하니 저녁때가 더 빨리
오는것 같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해도 아직 분명한 지점을 못찾았으니
편히 앉아 땀을 씻을수는 없어 계속 희미한 길을 헤쳐나간다
그런데 우린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을까
4시간정도 산행이라했는데
오르락내리락 한도 없이 간다 싶더니 하산길은 시간이 지나도
분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지치는듯 순간적으로 발에 쥐가 나면서 휘청 쓰러진다
다친 곳은 없지만 주위 사람을 놀라게해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드디어 소양호가 가까이 들어오면서 이곳에서 일행들이 탁족의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다시 또 한시간 이상을 강을 따라 걸어야함을 예상 못한채.
결국 4시간 정도의 총 산행시간이 한시간 한시간 길어지다보니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어느분의 말대로 점심 먹고 4시간 산행이란말이 처음엔 장난삼아 한말인데 들어 맞는다
수풀을 헤치고 이리로 나오긴 나왔는데 길은 없고 강을따라 선착장이 뵈는 곳까지 걸어야한다
발아래서는 쉼없이 돌들 부서져 내리고 구불구불한 모통이를 돌고 또 돌아..
소양호 위로 산이 있어도 길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일행은 채석강처럼 전리층이 생겨 층층히 쌓여있는 밟으면 곧
부서지거나 무너져 내리는 돌길을 걸어 강을 따라 선착장을 찾아 가기로 한다
발 옮길때마다 돌무더기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눈엔 우리 일행들이 소양호 트레킹이라도
하러 나온 사람처럼 보였을까
이쪽저쪽 서로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하지만 일행은 한시간도 넘게 걸어야하는
길이란걸 짐작 못한채 구부러진 모통이를 돌때마다 저기만 돌면 다 왔을거란
추측을 하면서 걷는다
일부는 많이 지친모습이고 일부는 오히려 좋은 경험하게 된것을 즐기는것도 같다
나역시 후자쪽이다
그런길을 언제 또 일부러 걷게 되겠는가
배를 타지 않고도 소양호를 가까이서 접하고 여러각도에서
주변 경관을 볼수 있으니 새로운 흥미거리다
그리고 내가 밟고 가는 이 돌길도 너무 신기하다
몸의 무게가 실리면서 밟는대로 부서지는 것같아 나름대로 무게가 덜
실리도록 사뿐사뿐 디뎌본다
내가 지나간 흔적을 안남기고 가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그러다 보니 절로 발걸음이 가볍고 힘이 덜 들어가게 된다
원래의 의도대로 코스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산행과 소양호탐방로를 개척하면서
걸었다는 재미가 더해지니 개인적으론 너무 만족스런 산행이다
오봉산의 첫 산행은 이런 소중한 추억으로 남고 다음에는 또 어떤 코스의 오봉산
산행이 될지 여전히 기다려질것 같다
다음 산행엔 청평사를 제대로 둘러보고 싶고 분명하게 확인못한 5개의 봉우리도
놓치지말고 기억속에 담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