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3. 8. 3
위치 : 경남 함양군 서상면,거창군 북상면,전북 장수군 계북면
산행코스 : 영각공원지킴터 - 영각재 - 남덕유산(동봉) - 서봉 - 계곡갈림길(두번째) - 덕유교육원 - 영각사 입구
겨울 덕유산의 모습만 보았기에 덕유산을 떠올리면 설경이 먼저 떠오른다
봄철에는 야생화가 많다는 소리에 진작 찾아보고 싶었던 곳인데
한여름에야 찾아올 기회를 얻었다
기억 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계절에 왔으니 어떤 새로운 풍경과 마주할까
사뭇 설레는 마음을 갖고 산행을 시작한다
영각사 입구
영각사 입구에서 등산로를 가리키는 표지를 따라10여미터 가면 영각공원 지킴터를 지나 남덕유 정상을 향해 오르게된다
초록의 한적한 오솔길이 열리고...
영각공원지킴터가 산길 진입로 입구에 있다
그 앞에서 제일먼저 눈인사를 주고 받은 야생화는 영아자..
울창한 숲길에 들어서면서 아주 천천히 오름길이 시작되고
산뜻한 숲공기가 더없이 싱그럽다
너덜길이나 정도가 심하지 않아 평지수준이고
아직 사방이 초록숲으로 막혀있어 조망은 없지만 걷는 자체만으로도
쾌적한 기분을 느끼게해준다
가던 길 멈춰서서
진지하게 꽃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 모습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공감을 함께 나눈다
모싯대와 도라지모싯대의 구분이 오늘 숙제로 남는다
대충 모싯대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행중 만난 국립공원직원분이 두 꽃이 섞여 있다고 한다
간단한 설명으로는 구별법을 알려주기 어렵다는데 공부좀 해야겠단 생각이다
모싯대
산책하듯 주변을 해찰하며 여유를 부리며 걸었는데
이제 가파른 계단을 만나면서 살방살방 산책길도 끝이난다
영각재에서 점심을 먹은 이후부터는 오름길이 가파르기도한데다 꽃들이 자주 눈에 띄어
걸음걸이가 마냥 늘어진다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찍으니 몰입은 되지만
일행과 뒤쳐지는것에 대한 조급한 마음도 들어 다소 힘이 든다
덕유산의 야생화는 산행중 많은 시간을 쏟은 만큼 따로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말나리
바위채송화
참취
여로에도 색깔별로 이름을 붙여야하는건지....
흰여로
영각재를 지나 동봉 가기전 전망대바위까지 계단이
다시 또 시작되고...
그 계단을 일차 오르고 나면 시야가 확~ 트이기 시작한다
이후로는 조망을 즐기며 가는 산행길이 열려있다
그런데 아주 쾌청하리란 생각과는 달리 계단을 올라와보니 운무가 짙게 깔려있다
지리산 주능선의 장쾌함을 보기엔 구름층이 너무 두텁다
조금 당겨봐도 소용없고...아직은 지리산 능선 앞으로 있는 괘관산 자락만 가늠된다
운무가 안낀곳은 어느정도 뚜렷한 능선을 보여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좌측 북덕유능선과 우측 가야산쪽으로도 운무가 덮혀있어
어느순간 열리려나하고 한참을 서서 째려보고 있지만 허사다
전망대바위로 오르려면 아직 남은 계단이 부담스럽기는하나 암봉이 수려하고
거기 오르면 운무도 거쳐있지않을까 한껏 기대에차서 걸음을 옮겨본다
저 하늘이 좀더 푸르게 열려준다면 대박인데....
멀리 좌측으로 수도~단지~가야산이 운무 속에서 넘실넘실..그 또한 멋진 풍경이다
설경 속을 누볐던 작년 종주때의 감회가 떠오르는 북덕유능선
운무가 넘나들지만 계속 주시하고 있으면 수도~단지~가야산은 드러날것 같다
겨울에 오르려면 한껏 긴장을 하면서 오르던 저 계단도 오늘은 솔나리, 오이풀이
반겨주니 한결 긴장이 풀리고부담스럽지 않은 게단길로 다가온다
서봉을 지나 할미봉~깃대봉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
지리능선쪽은 수시로 눈을 돌려보지만 운무속에 요지부동이다
진안,장수쪽으로도 눈을 돌려보지만 그저 아득할뿐이다
올라가긴 힘들어도 역시 남덕유의 상징이자 하일라이트 구간이다
아주 찰나의 시간에 마이산을 ...
운무속에 수도산~단지봉~가야산이 이제 한꺼번에 윤곽이 잡힌다
흐릿한 마루금 속에 팔공산 선각산 덕태산 성수산이 일렬로 있을테고...
하산하게 될 덕유교육원도 가까이 불러본다
하도답답해 렌즈를 바꿔보니 과연 망원으로는 가야산의 석화성이 보인다
이쪽이 토옥동계곡이련가..홀로 봉긋 솟은 적상산이 눈에 들어온다
적상산도 덕유에 오면 지척으로 봐왔던 산이건만 일부러 찾아가진 않은 산이라
가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다
오이풀
바위채송화
처음으로 찍어본 솔나리
바위떡풀
도라지모싯대?
욱안으로는 잠깐 확인했는데 사진으로는 담지 못한 지리산 주능선은 뭉게뭉게피어오르는 운무속이
너무 포근한지 나오기 싫은가보다
정상부 주변의 사람들을 피하다보니 정상석을 너무 궁색하게 찍어'작년 겨울에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운무낀 서봉도 멋지지만 젊은 처자들의 모습도그림처럼 어우러져 보인다
구름 속에서 드디어 천왕봉이 보이는건가?
오르기도 힘들지만 이렇게 멀리서 얼굴한번 보자는데 몇시간째
숨바꼭질이다
무엇인가를 애써 눈으로 찾는것보다
지금은 운무가 넘실대는대로 마음을 맡겨보는거다
그게 이시간을 제대로 즐기는 거다
보이면 보이는대로 감춰진것은 감춰진대로...저 곳에 산이 있으니 구름도 쉬어가는거고...
마음은 구름만큼 평화롭고...
집요한 내 눈길은 여전히 수색?을 늦추지 않지만 어찌 지리 능선만 교묘히 감추고 안보여주는지...
서봉능선으로 몇번이고 운무가 휘감다가
다시 하늘 저멀리로 밀려나가있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운무쇼를 즐겼으니 이 얼마나 좋은 산상에서의 호사인가
그렇게 한동안 신비로운 그림을 펼쳐놓더니 점점 빗줄기를 몰아올듯 심상찮은 기류로 돌아선다
지나온 능선 뒤로 금원~기백산
하늘빛이 점점 수상해지는 가운데
동봉을 뒤로 하고 서봉을 향해 나선다
물레나물
동봉을 내려서며...
야생화도 점점 많아지고 어서 솔체꽃을 봐야겠다는 마음에 서봉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등로의 꽃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동자꽃
아뿔사, 서봉으로 가는길에 굵은 소나기가 강하게 쏟아진다
서봉주변으로 솔체꽃이 있어 오늘 산행의 주목적은 솔체꽃을 찍으러 온건데 ...
천둥소리까지, 쉽게 그칠 비가 아님을 직감한다
지나온 동봉을 돌아보는데 이미 빗줄기는 거세지고
카메라도 다 젖어버린 상태
비바람에 꽃이 있어도 찍기가 어려울테니 여간 아쉬운일이 아니다
렌즈에 비친 산빛은 이미 그 색감을 잃어버렸지만
빗속에서도 한사코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을 놓치기가 아까워 담아본다
좌측으로 월성재를 지나 삿갓봉 ~ 무룡산 ~중봉 ~향적봉까지..
아주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빗줄기..
그래서 산빛은 다시 살아나고
주변이 습하고 어두침침한데 원추리 세자매가 환히 웃고 있는듯하다
다시 천둥소리와 함께
비바람 몰아치니 예쁜 꽃이 아무리 많은들 어찌해볼수가 없다
비바람치는 중에 서봉 정상석을 찾는다고 오르락내리락..
작년까지만해도 멀쩡하던것이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내 기억이 잘못됐나싶어 잠시 난감했었는데 현재는 없는게 확실하다
작년 겨울에 찍은 서봉 정상석
서봉에서도 조망이 좋은데 사방이 분간이 안가니 별 도리없이 지나쳐간다
서봉 이후로 하산길이 서운해서 계속 뭔가는 찍어보려하지만...
동봉을 내려서면서
서봉에서 오는 여성산객을 통해 솔체꽃과 솔나리가 많이 피었다는 소릴 들었다
과연 솔나리는 기가막힌 배경으로 절벽위에 피어있었지만
담을수 없었고
서봉 주변에서 딱 한개체 솔체꽃과 만났다
그것도 각중에 만나 어렵사리 핀도 흔들려가며 찍었으니 성에 찰리는 없으나
이렇게라도 만나고 가니 아주 섭섭하지는 않다
솔체꽃
운무 속에서 자취만 알린채 확실히 보여주지 않던 산능선이 보인다
카메라 셋팅도 다시해야하지만 모든게 비에 젖어있는 상태라
막샷으로 실루엣이라도 잡아본다
궂은 날씨를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무난한 하산길이다
지금 통과하는 이구간만 조심하면...
서봉에서 할미봉 방향으로 있는 헬기장은 두번째 갈림길의 기준을 삼을 지점이라
이곳을 통과하면서 갈림길을 주시하게된다
서봉에서 할미봉 사이에 덕유교육원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은 3군데가 있다
첫번째는 지나쳤고 헬기장을 거친다음 두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현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육십령 5.2km남은지점, 덕유교육원 방향표식은 없지만 이곳 갈림길에서 '탐방로 아님'으로
방향을 잡는다
등로는 뚜렷하고 편안하다
하산 막바지까지 비는 계속 이어지고 숲이 어두워 사진은 더이상
찍을수가 없어 중단한다
편안한 등로를 따르다 교육원 못미쳐 계곡을 만나게되고 계곡수는 충분하여 땀씻기에는 충분하다
이후 계곡끝자락에서 잠시 비켜나 정확히 교육원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영각사 입구로 원위치...
하루종일 날씨도 변화무쌍했고 소소한 에피소드도 겪으면서
여름 남덕유의 품안을 돌아 나왔다
덕유산 자락은 몇번을 와도 이상하게 설레임을 준다
그리고 꼭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이유가 생겨난다
오늘 아쉽게 만난 솔체꽃과 처음 으로 직접본 솔나리 때문에라도
이곳을 또 찾아들것이다
p.s 일행이 잃어버린 카메라 속에는 많은 야생화가 담겨 있을텐데 그걸 못본다는것이 상당히 안타깝다
산행흔적을 남길수 없으니 본인은 더 속이 쓰릴 것이고 ..내가 쓴 산기록보다는 무조건 더 낫게 쓸것을 알기에
동행자로서 혼자만 올린다는게 그리 신명나는일은 아니지만 부족하나마 공유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