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킹 코스 >
라 빌라 ~ 라바렐라 (Lavarella/2,533m) 고개 ~ 라바렐라 산장 ~ 페데루 ~ 몬테파라치아호텔
(클릭확대)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오르게 될 라바렐라 고개를 바라본다
고개 입구까지가는 길이 여기서도 가늠이 안된다
12번 길을 따라가게 되있다니 이정목만 찾으면 될 일이다
가기전부터 제일 힘들게 올라야 하는 고개라는 말을 여러번 들은터라
다른 날보다 긴장을 하게 된다
산장이든 호텔이든 조식 메뉴는 비슷하다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언제든 준비가 가능한 식단들이다
계속 이런 음식들을 먹는데 익숙해졌는지
본재료외에 부재료 준비가 복잡한 우리 음식들은 잠시
잊고 살아도 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빵,요구르트, 햄, 치즈 주스류가 있는 아침 식사
일반 식당에 가서도 빵 바구니가 먼저 나올만큼 빵이 흔하다
물은 사먹어야하지만 빵만큼은 푸짐하게 준다
질감은 거칠고 딱딱 하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빵이다
호텔을 나와 12번 이정목을 따라 라 빌라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어제 내려온 가르데나치아 산장이 있는쪽인데 숨어버려 보이질 않는다
이정목을 유심히보니
Forcella de Medesc 는 독일어 표기인듯? 이탈리아어 고개는 Passo로 표기했는데
어제 넘은 고개도 Forcella 표기한걸보니 고개라는 뜻을 또 하나 배운다
이정목에도 라바렐라가 아닌 호텔명과 같은 Medesc로 표기했다
차가 다니는 포장도로를 따르다 방목지옆으로 난 길을 거쳐
침엽수림이 있는 임도를 걸어간다
더이상 나무가 자라기 어려울듯한 거친 마사토 지역을 걸어가며
이제부턴 경사도가 높은 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된다
라 빌라마을에서부터 1300m의 고도를 치고 가는 고갯길이니
쉬운 길은 아니다
한참 뒤처져 있는데 벌써 위에서 만세 부르는 일행들도 있다
해를 등지고 찍어봤자지만 이런 돌부스러기 속에서도
꽃이 자랄수 있다니 인증이라도 남겨야했다
계속 가기도 힘든 길에서 앉았다 일어나니 현기증이 인다
자연현상으로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는 길에
사람들이 다니니 안전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길이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통과하기가 불안할것 같다
그늘지고 바람부는 이땅에
두메양귀비까지 피어있음에 다시 한번 놀라고....
좌측은 셀라 산군, 우측은 푸에즈산군과 어제 트레킹 코스인 몬티젤라 정상이 있는 곳이다
어제 이곳을 바라본것처럼 오늘은 여기서 그쪽을 바라본다
좌측 오들레 산군과 우측 셀라 산군
아직도 고개까지는 까마득....
어깨에 매달린 카메라가 계륵이나 다름없다
고개정상에 올라 오니 넓은 평지다
라 빌라에서 올라온 길과 여러산군들의 파노라마를 보니
헛되지 않은 발걸음이었음에 뿌듯해진다
고개 정상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장년층으로 보이는데
하나같이 늘씬하고 건강미가 넘쳐보인다
내 뒤에 오던 백발의 할머니도 고개에 막 도착하고 있는데
힘은 들겠지만 얼굴엔 미소 가득이다
트레킹하면서 만난 외국인들은 남녀노소
대부분 얼굴이 밝고 항상 미소를 짓는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숨은 차서 죽겠더라도 의식적으로
나도 미소를 짓게 된다
라바렐라 (Lavarella/2,533m) 고개
라바렐라 고개는 이번 트레킹 전 구간중 가장 오르기 힘들었던 구간이었다
그 고개를 넘었으니
앞으로 남은 길은 더 이상 힘들게 없어보인다
지나온 라바렐라 고개
해외를 나가면 어디서든 한국인을 만나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는데
돌로미테에 와서는 트레킹중에는 아예 못만나고 딱 한번 오르티세이에서 한국 패키지팀을 만난게 고작이다
우리의 트레킹 일정이 동서 횡단코스에 잘 안알려진 코스라 그런지
오히려 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한다
거의 90% 이상 우리를 보고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마치 여기가 화성 같은 느낌이 들어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는 화성인이라고 말하면서 걷는다..
라바렐라 산장
이후 페데루 까지는 업다운이 거의 없는
느긋하게 걸어갈수 있는 길이라 터덜터덜 아무 생각없이 걸어간다
그간 눈 호사를 많이 해선지
이 코스는 주변 경치가 빼어난것 같진 않고
길은 편안해서 여유자적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저 아래 오늘 숙박할 페데루 산장이 시야에 잡힌다
가까워보여도 지그재그로 한참을 내려가야한다
페데루 산장까진 택시나 버스가 들어오는 지역이라 방이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문의해보니 없다고 한다
그 동안의 경험이 있으니 없다한들 걱정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마을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일 일정이 이곳에서 다시 이어져야하니
버스로 가서 첫 마을이 나오면 내려보자는 생각이다
버스는 어디서 내리든 일단 내리면 숙소를 찾아야하기에
인원이 많으니 택시를 알아보기로 한다 (7인기준 버스 24유로, 택시 35유로)
마침 할아버지 택시기사가 있어 가까운 마을까지 갈수있냐고 했더니
자기가 아는 호텔까지도 데려다 줄수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인 할아버지라 영어 소통은 어려워도 간단하게 천천히 말하면 소통이 가능했다
페데루 산장
택시이동 경로
택시비(35유로)도 과하지 않고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주니
한국에서의 사례를 봐서
혹시 이상한데로 데려가 바가지나 씌우지 않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괜찮아 보이는 호텔로 데려가 주셨다
내일 아침에도 우리를 페데루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신다
몬테 파라치아 호텔
막상 입실하고 보니 그냥 괜찮은 정도가 럭셔리급이다
이 호텔은 사우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습.건식사우나도 공짜로 이용할수 있다
방도 쾌적하고 적절한 가격에
저녁과 조식을 포함해서 다 해결할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택시할아버지의 진심어린 배려를 순간이나마 의심한게 죄송스러울 정도로
모든 여건이 좋은 호텔로 우리를 안내해주심에
일행모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트레킹 중에는 오로지 산장만 가는줄 알았다가
융통성이 생기니
호텔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됐다
마을쪽으로 내려가면
저렴하고 시설 좋은 호텔이 많고 산장과의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시설 편의에선 당연 호텔이 훨씬 좋으니
트레킹 일정에 지장을 안준다면 호텔을 이용하는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가고 있다
산장살이를 오래 할것 같아 각오를 하고 왔는데 뜻하지 않게
오히려 럭셔리한 호텔생활에 맛을 들여가는것 같다
돌로미테(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