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4. 9. 28
위치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도암면 강릉시 연곡면 .사천면,성산면
산행코스 : 진고개 - 노인봉 - 소황병산 - 매봉 - 곤신봉 - 선자령 - 옛대관령휴게소
소요시간 : 8시간 35분(후미기준)
총산행거리 : 25.3km(누계:181.2km) ㅡ 대간거리 : 25.3km(누계:131.5km) , 접속거리 : 0 km(누계:49.7km)
오늘 구간은 무박산행으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대간산행을 떠올릴때 기피하고픈 이유를 들자면 산행강도가 힘들다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무박일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당일산행을 주로 하는 산행으로 코스를 계획했다지만
진행상 어쩔수없이 무박이 불가피한 구간이 있기마련이다
장거리라는 이유도 있겠으나 대개는 출입금지구간이 포함되는 구간이 있어
그런 일정이 되는것 같다
그간 몇번의 무박산행을 겪었지만 역시나 괴로운 산행시작이다
온전히 맑지 않은 정신으로 산행을 하는일도 고역스럽고
신새벽에 음식을 먹고 출발하는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산행을 하려면 먹어야하는일이 맞는지 다들 그러한 과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새벽 3시 진고개 휴게소 출발
휴게소 뒷편 낮은 구릉지대를 지나면서 고냉지 채소밭이 이어지던 풍경은 기억 속에서만 상상하고
해드랜턴이 인도하는 등로를 따라 참으로 무심하게도 걸어가는 산행길이다
어둠 속에서 어찌 시간이 흘러갓는지모르게
어느새 노인봉 삼거리가 나타난다
왕복 600m에 있는 노인봉 정상을 돌아나와 노인봉 대피소로 진행하게된다
노인봉에는 두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와 잠시 잠이 든 사이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산삼위치를 알려줘 산삼을 캐었다는설이 있다
또다른 설은 멀리서 노인봉 정상의 바위를 보면 마치 머리가 하얀 노인처럼 보인다고해서
노인봉이란 이름을 얻었다는것이다
나는 노인봉의 바위를 멀리서 본적이 있기에 후자 쪽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게된다
오늘 구간에서 그나마 산 봉우리의 면모를 갖춘 것이 노인봉이지만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의 거리 3.9km는 그다지 어려운 길이 아니다
아마도 출발지점인 진고개의 고도가 높고 오름길이라도 가파른곳이 없어 더 수월한것 같다
다시 산행길은
노인봉 삼거리에서 대피소앞까지 진행후
동쪽 소금강 길을 버리고 남쪽 대간길로 접어들게된다
카메라 설치시설물과 출금 안내판이 있는 숲길로 잠입?하여
리딩자의 안내대로 빠르게 등로를 따라간다
뭇 풍경들을 감춘 어둠 속에서의 기억은 장 시간을 걸었어도
기억에 남는것이 없다
사진으로도 담아올수 없었기에 그냥 단순히 지나간 시간들이다
그렇게 걸어서 소황병산지킴터 목책을 넘어선다
황병산 군사시설에서 흘러나온 불빛만이 내가 서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소황병산 지킴터에서 5분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둔덕을 이룬 소황병산을 그냥 지나쳐
철조망을 넘어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에서 초반은 급한 내림길이지만 바로 순한 길로 이어지며
두어군데 출금 안내판이 서있지만 그냥 지나쳐 직진으로 진행해간다
서서히 날은 밝아오고 이렇다할 오름길을 인지 못하고 걸었는데
제현봉이란 표지가 나무에 걸려있다
어느새 가을 단풍이 물들어 가는 숲길이다
여유로운 숲길에 가을 향기가 전해지니 비로서 내 마음도 아침을 맞는듯하다
숲길이 끝나가면서 다시 목책을 지나면 대관령 목장이 펼쳐지는 드넓은 초지와 만나게 된다
드디어 숲길을 빠져나와 드넓은 초원길에 섰는데 날씨는 그리 쾌청치 못하니
디카의 성능이 평가절하되는 사진만 계속 찍어댄다
두그루 나무 뒤로 가야할 매봉이 납작 업드려 있고...
절정기는 지났지만 거센 바람에도 여전히 건재한 구절초는 대관령 드센 바람결에 순응이라도 한듯
조금씩 키를 낮춰 비스듬히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매봉 너머로 벌써 떠오른 아침해는 붉은 여운을 지닌채 더높은 하늘을 향해 가고 있다
매봉으로 가는 길은 양 옆으로 구절초 꽃밭이다
쓰러진 풀들을 보니 바람의 무늬를 보는듯하다
광할한 목초지 주변에 이렇게 많은 구절초 군락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 대간 구간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행운이다
지나온 소황병산 주변으로는 농무가 뒤덮고 있어 자취를 찾을수가 없다
매봉으로 가는길 잠시 단풍이 물든 숲길을 지나가며 가을이 왔음을 체험한다
지도에 표시된 삼각점이 있는 매봉 정상은 아니지만 대간꾼들이 지나는 매봉 표시석을 만나니
드뎌 통금이 해제되었다는 홀가분함이 든다
노인봉 대피소에서 매봉구간까지가 오늘의 통금구간이다
매봉 이후부터는 대규모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초원 위를 걷게 된다
초지의 임도를 따라 동해전망대로 가는길....
곳곳에 보이는 옥색 비닐 꾸러미는
초지의 풀을 베어 뭉쳐서 보관했다가 소에게 주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온 매봉
좌측에서 두번째 풍력발전기 지점이 동해전망대이다
초원위에서 비박을 하고 아침을 맞는 기분은 얼마나 좋을지...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지었다
보이는건 풍력 발전기와 초지뿐인데
끝없는 초지위를 걸어가는길은 전혀 지루함이 없다
안개가 어느정도는 사라진 후라 지나온 길도 한번 뒤돌아본다
삼양목장주변의 구절초가 시들어가는 반면
동해전망대 주변으로는 구절초가 이제 한창시기라 색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날씨마저 좋아 파란 하늘이 열렸다면 더 아름답겠다싶으면서도
오늘은 디카만 갖고왔기에 욕심을 접게된다
이런 이쁜 꽃들을 두고 가야하다니 아쉬운 마음 그지없고....
동해전망대에 이르렀지만 안개로 조망은 없음이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바람의 언덕길로 들어서고.....
언제 이런 사진이 찍혔는지 초원위의 내자신을 보니 기분이 좋다
대간을 하다보면 세상의 다양한 길들과 만나게된다
산길이라해도 다 같은 산길이 아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조금씩은 다른 특색을 저마다 갖고 있다
오늘 구간에서 만나는 길 역시 非山非野의 초원위에서 새롭게 접해보는 길이다
새로운 길에서 문득 잊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고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길위에서 만나는 또다른 나자신을 느껴보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때때로 산행은 내게 있어 취미 이상의 그 무엇이 되곤한다
초원위를 걷는 내모습이 동료의 사진에 남아 그날의 소중한 대간길 추억이 더 생생하게 기억된다
대공산성에서 바라보면 곤신방향(서남쪽)에 있다고하여 곤신봉이라고했다한다
곤신봉에서 서남쪽으로 300m내려가면 대공산성 갈림길이다
머지않아보이는 선자령으로 이르는 임도길이 휘어져 돌아간다
대공산성 갈림길에서 다시 임도를 따라 15분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보현사 갈림길이라는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진행방향으로 계속 직진하여 잘록한 안부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이
선자령 나즈목이다
곤신봉에서 나즈목까지는 직진하듯 이어져간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는것으로봐서 곤신봉 이후 알바구간에 주의하여야겠다
선자령 나즈목
이제 광할한 초지와 풍력발전기를 뒤로하고 선자령 숲길로 들어서기 직전이다
나즈목에서 임도따라 계속 직진하다 좌측 이정목에서 선자령 숲길로 방향을 튼다
겨울에만 찾은 선자령이기에 오래 머물수 없을만큼 모진 칼바람의 느낌만 있는데
지금은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좋아 선자령 바람에 새로운 느낌을 받고 간다
선자령 정상을 지나 다시 초지의 소로를 따라 걷게된다
겨울이면 이런 허허벌판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게되니 얼마나 추울까...
그래도 선자령은 겨울 바람 맞으러 일부러 찾는 곳이니
겨울산행에서 찾으려하는 즐거움이 새삼 무엇일까 생각하게된다
초원위에 컬러풀한 텐트가 낭만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어느날 나도 저런 즐거움을 누릴수 있을지,,,
선자령의 초지와 풍력발전기의 풍경은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나고
새봉을 거쳐 대관령으로 가는 숲길로 들어선다
아직은 초록빛 풀나무들이 대세인 숲길은 더할나위없이 쾌적하고 여유롭다
대관령으로 가는 양갈래길에서 단순히 감으로 좌측길을 따른다
어느 길로 가든 합류가 되겠지만 보이는건 다를듯한데
결과적으로 좌측을 택하니 새봉 전망대에 이른다
흰투구꽃을 보러 꽃출사 찾아갔다 실패하고 왔는데
끝물일줄 알았던 꽃을 이길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디카만 갖고 온게 아쉬울따름이다
새봉전망대
항공무선표지소
새봉전망대와 항공무선표지소를 지나고 시멘트 임도길을 따라 진행하다 임도가 휘어지는 지점에서
제3벙커터가 있는 차량차단시설물을 넘어선다
대관령 300미터 지점에서 휴게소로 내려서는 계단길,
이 계단길을 내려서면 대관령 휴게소가 코앞이다
하산 종료지점인 넓은 옛대관령 휴게소 주차장
산행시작은 무겁게, 도착은 가볍게한 산행길이다
새벽 3시에 시작해서 후미기준 오전 11시 35분쯤 끝났으니
하산하고도 뭔가 끝나지 않은듯한 기분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다음 구간을 하나 더 산행하자는 소리가 나올정도로
산행의 고단함은 전혀 못느끼는 산행이었다
그만큼 오늘 구간이 등로가 편안했다는 얘기다
일부 비탐방구간만 아니었어도 굳이 새벽시간을 이용하진 않았을텐데
츙분히 밝은 시간대에 더 많은것을 볼수 있는것을 못본셈이다
그래도 이국적인 넓은 초원위를 거닐은 하루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초원의 산책길, 구절초가 만발했던 꽃길,언덕위의 그림같은 텐트....
가도가도 초록빛 언덕이 끝나지 않았던 광할한 초지에서 영혼마저 자유로웠던 산행길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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