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북한산 상장봉

산과 여행/서울·경기

by 여정(旅程) 2006. 7. 10. 00:22

본문

 

산행일자 : 2006.07.08

 

산행코스 : 솔고개-상장봉 -육모정 -영봉 - 하루재 - 위문- 용암문-대동문 - 보국문- 산성매표소

               (7시간)

 

 

산행을 직접 이끈다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텐데 요즘들어 새로운 산행 리더의

공지가 자주 눈에 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조용히 뒤를 따랐던 영종도님이 첫 산행을 이끄신다

'상장능선 정복' 이란 공지제목으로는 솔고개로 시작 상장봉, 위문,향로봉,비봉을 거쳐 진관사쯤으로

하산하려나 했는데 중간에 끊어지는 코스이다

하긴 그정도면 10시간 정도는 걸릴테니 가볍게 따라나설 사람들이 적을수도 있겠다

그나마 공지된 코스에서도 중간에 하산하려는 팀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리나 시간적으로 무리없이 해볼만한 산행이다

 

 

 

<상장봉>

 

 

 

상장능선은 그늘진 숲 속을 걷는데도 시작부터 오르막이라 숨을 고르느라 다들 힘든

기색들이다

으례히 그랬듯 타이어봉에서 한차례 땀을 식히고 한동안 다시 오른다

중간중간 조금 넓은 바위라도 나타나면 다들 쉬었으면 하는 마음 굴뚝같다

마음은 그러한데 난 자주 쉬어가는 편은 아니라서 쭈~~욱

내달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다들 생각보다 뒤쳐진다

 

도봉산의 수려한 경관 오봉을  바라다보며 상장봉을 지나 왕관봉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많이 지체되어 있어 우회 숲길로 오른다

왕관봉에 올라서 너른 바위에 걸터 앉아 북한산이며 도봉산의 주능선들을

천천히 감상해야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사람들이 뜸한 평일에나 수월할것 같다

 

높고 깊지 않은 숲길이 반복되면서 비교적 편한 발걸음이다

영봉 가까이가서는 이삼십분 오르막이 계속 되지만  영봉에 이르면 주변 풍경이

그간의 피로를 말끔히 잊게해준다

이은상 비문 앞에서 인수봉을 쳐다본다. 사기막 능선자락도 보인다

주위 어디를 봐도 초록의 능선들이 암벽과 함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인수봉엔 오늘따라 바위에 다슬기가 붙어 기어가듯 많은 사람들이 자일에 매달려 있다

저들이 아닌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쳤을까

그것이 아름다운 도전이든 호기에서든 미처 꿈을 이루지 못한 뭇 영혼들의

넋이 인수봉 자락에 떠돌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영봉 가는길 고사목>

 

<영봉>

 

 

 

<인수봉>

 

 

"백운대 푸른 하늘에 그대들 산새되어 날고

인수봉 바위 틈에 그대들 산꽃으로 피고

우리는 여기 올적마다 그대들 이름 부르마"

영봉에서 본 노산 이은상의 추모비문이다

 

이승과 저승의 삶이 따로 존재한다면 죽은 넋이라도 산새되어

유유자적  구름을 넘나들고 북한산 봉우리마다 못다한 발걸음

그대들 부디 자유롭게 날아 한이 없기를...

유난히 바위 돌틈에 양지꽃이며 꿩의 다리가  많이 피어 있어

눈길을 잡는건 아마 그대들 산벗들에 대한 꽃마중으로 알리다

위문을 향해 힘겹게 오름짓 하는 이승의 사람들은 그저 오늘도 무사히

산행할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북한산을 몇년을 다니면서 하루재를 지나 위문에 이르기는 처음이다

위문으로 가는길 계곡이 이리도 푸르고 玉水가 흐르는 곳인줄은 미처 몰랐다

과연 북한산은 곳곳이 비경이고 자연의 축복이다

인수봉 대피소에서 영종도님이 마련한 홍삼물을 시원하게 마시니

이또한 산행중에만 느낄수 있는 즐거운 휴식이다

여기까지 온사람들은 영종도,청봉,푸른언덕,미소,들꽃풍경까지 5명이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재에서 하산, 헤매지 않고 하산해야 중간 하산의 의미가

있을텐데 잘 내려갔나모르겠다

 

<인수봉 대피소>

 

 

<위문가는 계곡>

 

위문까지 왔으니 오늘 산행은 거의 끝난 셈이다

나머지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은 발길 옮겨지는대로 가속도 붙어

가면 될일이다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나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한 산행이다

아직 두어시간 더 가도 남은 체력과 의지가 받쳐줄것 같다

난 공지에서 정해진 대로 가거나 아님 더 연장하는건 동의 하나

중간 하산은 해본적이 없다

그냥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해도 약속을 지킨다는건 때로 자신과의 갈등을 초래하는

의사결정을 요구받을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상하게 긴장이되고 생각이 단순화되는걸 느낀다

'약속은 지켜지기 위한것이다' 살아오면서 난 그것 하나만을 지켜 사는데도

일상을 살아가는  의지의 시험대가 되곤 했다

어찌보면 대인관계에서 약속의 의미는 그 사람을 평가할수 있는

가장 신뢰성 있는 잣대가 되는것도 같다

 

지끔까지 잘 살아왔다란 확신은 없지만 약속하나만은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는건 확신할수 있다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머리 속에선 '약속'에 얽히고 설킨 만감이

스쳐지나간다

지켜야 할 진행형의 약속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가. 또는 다시 하게 될 약속들까지.

평탄한 길로 하산하면서 마음 속에 기억하는 약속들을

하나씩 되내어 본다

 

내 생애 가장 중요했던 약속은 무엇이었을까?

발길 내딛을때마다 꾸역꾸역 생각을 끄집어내본다

역시 수많은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는것 외에 중요도에 대한 서열이

없다는걸 깨닫는다

걷는내내 생각을 거듭해도 내게 버려져야 할 약속들은 없었다

 

대자연,

약속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사계절이 오듯 그때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맞는 산의 모습을 본다

무구한 세월에도 한결같이 지켜내는 자연의 섭리야말로 인간들과의

무언의 약속이며 대신 우리가 지켜줘야 할 약속이 무엇인가 자문해 보게 한다

짐짓 우리가 조금씩 닮아 가야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이 자연에서

얻어지는게 아닌가

늘 자연에 감사하고 풀꽃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공생의

균형을 우리 인간들이 깨지 말아야 할 자연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p.s 오늘은 아무도 사진기를 안갖고 와서 산행사진이 없다

      대신 인터넷에서 좋은 사진 몇장 건져 올려놓는다

     

'산과 여행 > 서울·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계산  (0) 2006.07.24
소요산  (0) 2006.07.23
포천 백운산  (0) 2006.07.03
불곡산  (0) 2006.06.24
북한산 야간산행  (0) 2006.06.2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