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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백운산

산과 여행/서울·경기

by 여정(旅程) 2006. 7.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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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07.02

 

위치 : 경기 포천시 이동면,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산행코스 : 광덕재 -  삼각봉 - 백운봉 - 신로봉 - 도마치봉 -국망봉 - 장암저수지(10시간)

 

 

 

 

한주 내내 일기예보가 빗나간다

그러다 막상 주일엔 정직하게 맞아주지 않을까

결국 기우에 그쳤으나 장시간 산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했다

산행과 비의 상관관계는 개인적으로 크게 개의치 않지만 출발부터 비가내리면

영 마뜩찮기는하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시질 않는걸보니 산행중이라도 비를 만날것 같다

산 속에서 비를 만나면 우중산행의 운치가 더해 오히려 즐길만하기도 하다

한참 산을 오르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광덕고개에서부터 오늘 산행은 시작된다

지난번 대둔산 입구에서처럼 여러가지 약재며 말린 산나물들로 난전을

이루고 있다

시골 아낙들의 호객소리가 성기시지않고 친근하게 들려온다

혼자라면 내게 소용이되든 안되든 구경도 하고 몇가지 주섬주섬 사왔을텐데

다들 무관심이다

할수 없지 그냥 뒤를 쫓을수 밖에....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기분좋을만큼의 눅눅한 습기가 온몸에 휘감긴다

풀숲으로 난 오솔길로 이렇게 걸어갈 생각을 하니 삼림욕이라도 온듯한 가벼운 마음이다

일차목표점인 백운봉까지 거리도 적당하고 풀것들의 상큼한 날 냄새를 맡으며

그야말로 웰빙산행을 하고있다

첫이정표를 반갑게 일별하고 지나간다

 

 

오르막을 지나 주변을 둘러보니 겹겹이 쳐진 능선자락이 흐릿한 안개에 아련히 드러난다

골이 깊진 않지만 구비구비 내려앉은 모습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어찌된 연고로 제몸의 일부를 이렇게 떼어내버렸는가

그럼에도 십수년 꼿꼿한 정정함으로 버티고 있는 고목의 끊질긴 생명력과

세월의 더께 켜켜히 얹고 무상한 삶을 살아가는 나무를 예찬한다

 

 

흰 망사커튼 드리운 고운 안개 속에 조붓하게 난 숲길을 얼마나 걷고 또 걸어가야 할까

그길이 얼마이든 걷는 내내 속세의 어지러움은 말갛게 씻어주고 순화된 마음

고이 간직하게 하소서 !

 

습지 여기저기서 삐죽삐죽 고개 내밀어 아는체를 하는 천남성을 그대로 지나칠순 없다

 

 

 

터리풀

 

 

제멋대로 자라 불쑥 키가 커버린 풀들이 허리까지 살갑게 스치운다

미처 초록으로 물들지 못한 연두풀빛에 마음을 베어버릴듯한 짜릿함을

사각사각 풀밟는 소리로 느껴본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한 사진이다

좀더 있다 출현해야하는데...

 

멀리서 올려다보니 산봉우리 풀숲길로 마치 바리깡이 밀고 지나간듯한 길이 보인다

우리가 넘어야할 길이다

산봉우리 몇개를 앞두고도 마음은 즐겁다

이제껏 온 길과 별로 다르지 않을길이며 천연간식이 지천인 쉼터가 있으니

산행길이 행복길이다

 

 

가는 곳곳마다 산뽕나무를 만나고 가지를 늘어뜨려 개구지게 오디를 따 먹는다

이렇게 몇사람 가서 붙었으니 뒤 따라오는 이들 다들 모여 들겠지..

 

 

내가 키가 작은 건지 풀이 너무 웃자라 버린건지 수풀 한가운데 서있는 난 마냥 흐뭇하다

 

이렇게 평화로운 오르막길이 있을까

교행이 어려울만큼 좁은 길 따라 풀향기 맡으며 가는길은 숨조차 고르게 하는

동화같은 소풍길이다

 

 

(털)중나리 연두빛과 어우러진 주홍의 화려함이라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을 너머 생명의 축복이다

"꽃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순간순간의 절정이다"

 

 

새의 깃털 무늬처럼 늘어선 산자락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눈과 마음으로 오롯이 들어차는 푸른숲의 모습이다

 

 

 

까치수영도 군락을 이뤄 피어있다

 

 

 

 

 

 

 

 

부지런히 국망봉을 향해 가야지 오늘산행의 최종목표지점이니 국망봉에 오르려면 꼭 비가왔다던데 오늘도 그럴까

 

 

 

주위의 어디를 봐도 이렇게 병풍처럼 둘러쳐진 무명의 산봉우리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올랐을 그 능선길...우리의 인생길이 그것만큼이나 한결 같은 외길이었을까?

한발한발 걸으면서 내마음으로 난 길은 어떤 길이었나 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공부해야할 야생화.. 이름이 뭘까?  .. 기린초??

 

 

조록싸리가 엄청나게 많이 피어있다

 

 

 

종덩굴..비슷한 모양에 잔털이 있으면 요강꽃이라고 한다

 

 

 

 

꿀풀

 

 

뱀무

 

 

개망초

 

 

진작 나왔어야할 이정표 인데 어디갔다 이제...

 

 

 

 

 

 

 

 

내마음으로 난 길이 이런 길이길 바라면서 걸었던 숲길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한몸으로 자라는 모습이다 키가 너무 커서 하늘에 닿을듯...

 

 

 

점심후에 그자리에서 한컷

 

 

국망봉까지  다 왔으니 다시 또 한컷!!

 

 

 

 

 

 

 

 

 

우유와 미숫가루는 여자들만 주는 음료였는데 다들 이러저런 핑계로 한잔씩 돌려 마신다

잠시 우스갯소리에 한바탕 웃음바다..산행중엔 쑥쓰러운 농담도 즐거운 휴식이다

 

두릅나무 순을 잘라서 먹었더니 쌉쏘롬한 맛이 입안에서 오래 맴돈다

고사리며 오디, 더덕,곰취가 풍성한 백운산은 자연 먹걸이의 보고이다

 

아무리 걸어도 진력나지 않는 수풀길을 걸으며 우리 일행은 하루종일 행복하다

 

처음 봤으니 너도 공부 대상

 

까치수영

 

 등골나물

 

 

미역줄나무

 

 

 

 

 

 

 

 

 

뷰티풀!!  우리 산야의 모습들

 

털이풀 군락이 국망봉 올라가는 길에 펼쳐진다

 

 

산꿩의다리

 

 

 

 

 

이제 내차례가 와서 막 포즈 잡는데 비가 오는건 뭐야

 

 

 

 

신로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이다

 

 

 

소나무 한그루 보이는 곳이 신로봉이다

 

 

 

 

이름이 뭘까? 개당귀

 

 

점심시간동안 비가 잠시 멈추고 햇볕이..참 신통하기도 하지..캐온 더덕 서넛뿌리를

술에 담궈마시고 두릅도 고추장에 찍어먹으니 원기보충..새힘이 솟는다

등불님이 가만히 건네신 산더덕 맛이 아직도 입가에 ....

 

사진 찍어 국망봉 흔적은 남겨야겠고 조금 지친 모습..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지친건 피곤한게아니고 도취된거겠죠

 

 

 

 

 

안개 속에 명멸하는 산봉우리들이 구름에 이리저리 떠내려 다닌다

그 순간 그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보지못할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

 

이마 위로 보이는 명성산을 쳐다보며 한참을 걸어내려온다

조용한 시골마을도 지나고 군인아파트도 지나고 옛시골 뒷골목을 지나

큰길로 나오니 이동갈비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이곳에 살면 고기 먹을 생각은 별로 안나겠단 생각을 해본다

명절이나 제수음식을 만들때 기름냄새를 맡아 부침류에 손이안가듯

그러지 않을까 하는생각.

어느 시골집 담벼락에 노랗게 피어난 꽃을 보며 누가 묻는다

집에와서 찾아보니 "사데풀"이라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었다니 그의 어릴적 기억이 맞는 말인가보다

 

오늘 산행에서 많은 야생화들을 보고 배운다

이름을 잊었거나 처음본것들, 기왕에 알고 있는 꽃이름까지

머리 속이 분주하다

우리꽃들에 대한 배움과  산야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어지는 산행이다

얼마동안은 그 기억만 갖고 살아가도 행복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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