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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야간산행

산과 여행/서울·경기

by 여정(旅程) 2006. 6. 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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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2006.06.22

 

 

산행코스:  용화매표소 - 족두리봉 - 향로봉 - 불광 매표소

 

 

 

 

 

한낮 뜨거운 해도 서녘 하늘로 숨어들고 어스름이 질무렵 산에오르는 일은 혼자서는

하기 힘든 산행이다

지리산에서 새벽산행을 두어시간 하고는 야간산행으로는 처음인셈이다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지만 더운 뙤약볕을  피해 산행하니 힘이 덜들것도 같다

 

이날만 유독 더 밤이 더웠을까

땀을 잘 안흘리는 내가 얼마안가서 머리카락이 다 젖을만큼 땀이 흘러

수건을 다 사용할 정도다

바람이 간간이 불기도 했지만 끈적한 공기는 여름밤의 열대야처럼

후텁지근한 기운을 연신 느끼게 한다

 

해드랜턴 또는 손전등을 제각각 차고 평탄치 않은 족두리봉, 향로봉을

종횡무진하는 일행들을 보니 어째 극성스러워 보이는 면도 보인다

아낙들은 어쩌자고 식구들 저녁은 뒷전으로 여기 와있는지..

이렇게 자유롭게 하고싶은 산행을 할수 있을만큼 식구들의 이해가

전제되었으니 우리들 모두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서서히 어둠이 짙어가면서 저 아래마을로 불빛들의 깜박거림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산위에서 야경을 본지가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안난다

어쩌면 그런 기억이 한번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큼 하늘의 별은 총총하지 않다

흐린하늘 탓인지 향로봉에 올라 올려다본 하늘엔 드문드문

작은 별들만 희미하게 흩어져있을뿐이다

언젠가 설악산에서 보았던  별들이 쏟아져 내릴것 같던 그런 하늘과는

조금도 닮아있지않다

별들 대신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네온사인들이 화려하게 점멸하고 있다

 

그 어느것도 좋다

모자라는 맥주를 아껴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것도,

더듬거리며 어둔 숲길을 헤치고 계곡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던 기억도.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동행이 소중한 인연하나를 만들어간거 같아

그 또한 마음이 흔쾌하다

 

산행은 낯섦을 풀어주고 사람들과의 간격을 좁혀준다

그 사람의 단점 대신 장점을 보게되고

상대의 실수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철저히 내자신으로 돌아가서 나를 돌아보면 산행이 주는 의미는

극복의 과정인것 같다

그것이 생각이든 체력이든 막연한 한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하나의 봉우리를  넘듯 내게 놓인 장애를 넘는일이다

여러 사람 속에 섞여있되 저멀리 떨어져  걸어가는 나는 여전히 혼자이고

발길 닿는곳마다 생각이 머문다

 

산행으로 어디를 가봤다는 기록보다는 산행하는 순간마다 마음을

스치는 생각과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 그순간에  비쳐진

산야의 풍경을 오래동안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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