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대종주 셋째날
산행일자 : 2013. 9. 25
산행코스 : 장터목 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치밭목 대피소 - 대원사
어젯밤부터 옷젖을만큼 내리는 가랑비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천왕봉 일출은 진작에 포기한터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주변만이라도 보여주지 않을까
소심한 기대를 해보지만 신새벽 어둑어둑한 상황에 비까지 더해 아예 분간을 못할정도다
산행은 일출시간에 맞춘 예정대로 시작된다
장터목에서 6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제석봉은 경황없이 어둠 속에서 지나쳐버렸는지
인증표지목도 못남겼다
서서히 날은 밝아오는데...
비는 간간히 한두방울씩 흩뿌리리고 안개로 주변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통천문
천왕문이 점점 가까와오고 날씨만 좋았다면 이 오름길이 얼마나 설레였을까 싶다
지리산 제일 높은 봉에서 볼수 있는 많은 조망들을 못본다는게 섭섭할뿐이다
언젠가 오른 천왕봉에서 조망의 즐거움을 누려본 경험이 있었으니 아주 낙심은 안되지만
첫 화대종주 길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를 못보고 가다니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새바위
종주길에서 매일 마주했던 구절초가 역시나 천왕봉에서도
다정하게 다가온다
대원사까지 11.7km 적지 않은 거리다
지리산의 단풍 시기는 아직 아니라 생각했는데 중봉가는길은 단풍도 지쳐
조락을 맞이하고 있는 낙엽들이 등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전체적인 형체를 보지 않고 무작정 올라 도달한 중봉은 그저 공터일뿐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질 않는다
늦가을이나 된듯한 분위기.... 단풍나무들이 그나마 우중충한 등로에
울긋불굿 색을 더한다
써리봉
써리봉 지나 운해의 바다가 얼핏 보였으나 이내 시야를 단절시킨다
백운산 똬리봉과 도솔봉쪽인듯하다
운해 걷히면 뭔가 대박날 조짐이 보이니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본다
마음은 어서 서둘러서 조망이 보이는 곳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뿐..
나도모르게 처진 걸음이 빨라진다
구름바다에서 열린 저곳은 멀리 남해쪽일까...
황금빛으로 물들은 금마타리
작은 바위에 올라서는 순간 어질어질할 정도로 황홀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것도 정말 눈에 익은 능선이...가야산~단지봉~ 수도산
덕유능선도 조금 더 진행해서 보면 보일것 같아 또 발걸음을 서두른다
비둘기봉 뒤로 왕산과 필봉산
독바위가 보이는 동부능선
예상했던대로 조금 장소를 이동하니 덕유능선이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그앞으로 함양괘관산 그뒤 좌측으로 백운 장안산까지...
맑은 날 천왕봉 조망은 주변의 황석,거망,금원,기백까지 본 기억이 난다
우측끝으로 황매산도...
바로 아래 아른거리며 보이는 능선은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최대한 와이드로 화면을 늘여서 잡았더니 좌측끝 백운산에서 우측 끝 황매산까지 한번에 들어온다
치밭목 대피소 오기 직전에서 한바탕 조망을 즐겼더니
배고픈 줄도 모르겠고 쉽게 진정이 안된다
그 광경을 함께 공감할 산벗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이것저것 짚어보며 이야기도 풍성했으리란 생각이다
참 혼자 보기 아까운 조망인데 일행들은 벌써 치밭목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치밭목 대피소 마당에 서니 아까 숨바꼭질하던 웅석봉이 여깄다고 손짓해온다
이런 반가울때가 있나...
마지막 대피소 치밭목...
원두커피도 머그잔에 담아 팔았던 곳
다음에 가면 그 맛을 한번 보고 오고싶다
라면으로 점심을 여유롭게 해결하고 다시 하산길에 든다
무재치기 푝포는 어디에 있는지 물소리도 없고
나무가 우거져 보이지 않으니 일부러 찾지 않고는 보이지 않는다
너덜길이 이어지니 하산길이 쉽지 않게 진행된다
치밭목 능선
조릿대로 만들어놓은 물줄기, 그냥 지나칠수없어 입을 갖다대본다
사천의 와룡산이 그리 멀지 않아보인다
그쪽 어딘가에 있을
지리산이 바라보인다는 사량도 지리망산은 안보인다
까실쑥부쟁이
지루한 너덜길도 끝이나고 하산끝무렵엔 산죽길이 대미를 장식한다
잘가라는듯 꽃길도 이어지고...
산길을 빠져나오니
무슨 조화 속인지 종일 답답한 시야로 애를 먹이던 것과는 달리 날씨는 쾌청 그 자체다
한때 야속하기도했던 하늘빛도 언제 그랬냐는듯 푸른 도화지에 멋진 구름까지 그려놓았다
대원사 가는길...
계곡물은 2박3일동안 고양이 세수도 겨우하고 살았던
물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풀어줄것처럼 콸콸 흘러가고 있었다
이 물에 뛰어 들어 원풀이?를 했던 그 기분을
말해야 무엇하랴
대원사
종주의 끝은 맑은 계곡물 입수로 가뿐히 그간의 피로를 날리고
원지 터미널(택시 대당\ 35,000)로 향한다
2박3일간의 종주 뒷얘기들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서울행 버스에 탑승
귀가길이 다른 산행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한번쯤은 꼭하고 싶었던 지리산 화대종주...
어둠 속에 지나온 화엄사에서 코재 구간은 그 구간을 포함하나 안하나 별 의미는 없을듯한데
화대종주의 첫 부분을 그렇게 시작한다니 이번 한번해본것으로 만족하려한다
지리종주는 몇번이고 또 꿈꿔볼일이나
화대종주는 이제 그만...
쾌청한 날 천왕봉 조망
http://blog.daum.net/7daffodils61/15947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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